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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 Dec 26. 2023

창문과 선인장



번쩍이는 도시를 등지고, 찬란한 자연을 바라보고 앉았습니다.

그런 하루들이 쌓여 찬란한 빛들이 제게도 담겼습니다. 



찬란한 빛이 가득 담긴 저에게 그대가 다가왔습니다. 
사방으로 뻗은 강한 아우라에 저는 끌리지 않았습니다.    

물을 주지 않았지만, 당신은 제 곁에 머물렀습니다.
나를 통해 마주하는 찬란한 빛을 좋아하는 당신.  

당신의 솟아 있는 가시들 속 둥그런 푸름을 보았습니다.

그런 당신이 싫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당신의 가시에 처음 긁히던 날,

굳은 막이 없던 저에게 작은 상처가 났습니다. 

너무 놀라고 서러웠습니다.
마침 내리던 비가 떠내려가다가 저에게 고이고 말았습니다. 

고여 버린 빗물 속에 잠겨 당신을 흐릿하게 보았습니다.   



날이 다시 개였습니다. 

더 굳은 내가 되리라 다짐하며, 당신을 바라보았습니다.

당신은 저에게 다시 상처를 줬습니다.

찬란한 빛으로 스며들듯 다가오는 자연에 익숙한 저였습니다.

그런 저에게 당신은 너무 곧고 강하기만 했습니다.  



맑은 날에도 그대를 바라보지 않게 됐습니다.
맑은 날에도 그대에게 찬란한 빛을 보내지 않게 됐습니다.



뜻하지 않은 날 찾아온 그대는, 뜻하지 않은 체 하며 가버렸습니다.



아무쪼록 당신을 견딜 수 있는 창가에 앉아 당신의 꽃을 피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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