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과 데이지는 바르셀로나의 외곽, 에이샴플레(Eixample) 지역에 숨어 있었다.
그녀는 창가에 서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르셀로나의 불빛들이 조용히 반짝이고 있었다.
관광객과 시민들이 분주히 오가는 도심과는 달리, 이곳은 오래된 건물들이 늘어선 비교적 조용한 주거 지역이었다.
그 건물 중 하나, 4층짜리 허름한 아파트. 겉으로 보면 그냥 낡은 건물 같았지만, 이곳은 레온이 몇 년 전부터 마련해 둔 비밀 은신처였다.
레온은 가볍게 소파에 기대며 데이지를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괜찮지?"
데이지는 창문 블라인드를 조심스럽게 내리며 주변을 살폈다.
"네 스타일 그대로네. 방탄 필름까지 붙여 놨다고?"
레온이 피식 웃었다.
"난 항상 대비하는 편이니까."
데이지는 가볍게 팔짱을 끼며 방을 둘러보았다.
"넌 이곳을 얼마나 오래 사용한 거야?"
"몇 년 됐지."
레온은 조용히 말했다.
"블랙 토네이도 추적 이후부터."
데이지는 짧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럼,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모든 걸 예상하고 있었던 건가?‘
레온이 작은 테이블 위에서 정보를 정리하며 말했다.
"이안 카터의 본거지는 마이애미야. 하지만, 그는 쉽게 움직이지 않아."
데이지는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를 움직이게 만들어야겠지."
그녀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배어 있었다.
“ 이안 카터의 돈을 따라가면, 그의 다음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을 거야. 그를 안전한 곳에서 끌어내기 위해, 가짜 금융 거래를 흘릴 거야.”
레온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위험한 한 수인데, 네 스타일이군."
데이지가 피식 웃었다.
"이곳에서 우린 얼마나 안전할까?"
레온은 총기를 점검하며 대답했다.
"완전히 안전한 곳은 없어. 하지만, 여긴 놈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은 아니야."
그녀는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침대에서 잘 수 있겠네."
레온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럴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맘껏 즐겨 둬."
**
"탕!"
창문이 깨지며 총성이 울렸다.
유리 파편이 튀면서 방 안이 혼란에 빠졌다.
"엎드려!"
데이지는 본능적으로 몸을 굴렸다. 레온도 즉각 반응하며 벽 뒤로 몸을 숨겼다.
"탕! 탕!"
추가로 두 발의 총성이 울렸다.
"저격수가 있다!"
레온이 몸을 웅크린 채 소리쳤다.
데이지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안 카터가 먼저 움직였군."
그녀는 벽 뒤에서 몸을 낮춘 채 레온에게 말했다.
"몇 명이야?"
레온이 조용히 창문 틈 사이로 밖을 살폈다.
"최소 두 명. 하나는 맞은편 건물 옥상, 하나는 거리 아래쪽에서 지원 사격."
데이지는 짧게 숨을 들이쉬었다.
"이건 단순한 암살 시도가 아니야. 놈들은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정확히 알고 있었어."
레온이 이를 악물었다.
데이지는 낮은 자세로 기어가며 총을 장전했다.
"우린 이제 완전히 타깃이 됐어."
레온은 숨을 고르며 피식 웃었다.
그는 빠르게 무기를 챙기고 말했다.
"그럼 먼저 치고 나가야지."
레온이 창가에 몸을 바짝 붙이며 말했다.
"내가 옥상 저격수를 처리할게."
그는 방탄 필름이 붙어 있는 창문 틈 사이로 권총을 겨눴다.
"팟! 팟!"
"크윽!"
저격수가 맞은편 건물에서 휘청이며 무너졌다.
데이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이동했다.
데이지는 소파 뒤에 몸을 숨긴 채, 바닥에 놓인 권총을 집어 들었다.
"탕! 탕!"
거리 아래에서 사격하던 적이 다시 총을 쏘았다.
그녀는 빠르게 창문 프레임을 이용해 반격했다.
"팟! 팟!"
첫 발은 표적의 오른쪽 어깨 명중 했고 두 번째 발은 목을 스치며 즉시 쓰러 졌다.
복도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발소리를 듣고 레온이 재빨리 복도로 이동했다.
"탕!"
적이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순간— 레온이 순식간에 접근해 적의 손목을 잡아 꺾고 무장 해제 시키고 그대로 벽에 밀어붙이며 목을 조르고, 반격할 틈을 주지 않았다.
"너희가 보낸 사람은 이게 전부냐?"
레온이 마지막 남은 적을 쓰러뜨리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데이지는 심호흡하며 무기를 내려놓았다.
"놈들은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더 이상 이곳은 안전하지 않아."
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놈들이 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가야 해."
데이지는 총을 다시 장전하며 말했다.
"이제 우리가 이안을 찾아야 해."
레온이 차트와 교통망을 살펴보며 말했다.
"우린 공항을 피해야 해. 마이애미까지 가려면 민간 루트를 이용해야겠어."
데이지가 눈을 가늘게 떴다.
"밀항?"
레온이 짧게 웃었다.
"우리가 움직이려면 비공식 경로를 이용해야지. 마르세유로 가서 거기서 출항하는 화물선을 통해 밀항하는 게, 위험 하지만 가장 안전한 방법이야."
데이지는 짧게 숨을 들이쉬었다.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긴 없지.”
***
프랑스, 마르세유 항구 – 늦은 밤
거대한 화물선이 조용히 정박해 있었다. 밤바람이 차갑게 불었고, 부두에는 몇몇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이 배가 마이애미로 가는 거지?"
레온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앞에는 밀수업자 출신의 선장이 서 있었다.
"맞아. 하지만, 대가는 따르겠지."
데이지는 신분증을 꺼내며 차갑게 말했다.
"우린 조용히 가길 원해. 그게 가능할까?"
선장은 피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가능하지."
배에 탑승하며 데이지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모든 걸 끝낼 때야."
그녀는 레온을 바라보았다.
"이 게임,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레온은 미소를 지었다.
"우린 이미 판을 흔들었어. 이제 마지막 도박을 걸어보자."
"그래 이안 카터를 처단해야 해."
**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도시, 마이애미.
그러나 데이지 밀러와 레온에게 이곳은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었다.
이안 카터를 사냥하기 위한 최후의 전장.
"확실해? 그가 여기 있다는 거?"
데이지가 조용히 물었다.
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해. 이안 카터는 여기에서 마지막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어."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모든 걸 끝낼 때야."
레온은 지도를 펼쳐 보이며 말했다.
"이안 카터는 마이애미에 있는 비밀 금융 클럽에서 만남을 가질 예정이야. 그곳에서 우리는 그를 덮칠 수 있어."
데이지는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직이 가만히 있지 않겠지."
레온이 씩 웃었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움직이는 거야."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번엔 우리가 사냥하는 쪽이야."
**
마이애미의 초고층 건물들이 불빛을 밝히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포시즌스 호텔 마이애미는 한눈에 봐도 남다른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럭셔리하면서도 절제된 인테리어. 이곳은 마이애미에서 가장 강력한 금융가들과 범죄 조직의 지도자들이 교묘하게 뒤섞이는 곳이었다.
한 남자가 창가에 서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
FBI 내부 배신자, 사라 콜린스.
그녀는 긴장한 듯 전화기 너머로 속삭였다.
"카터,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아. 데이지와 레온이 마이애미에 왔어."
이안 카터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그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군. 하지만 괜찮아. 이미 준비는 끝났어."
사라는 의심스럽다는 듯 물었다.
"당신이 당할 수도 있어."
이안 카터는 피식 웃었다.
"아니, 그들이 내 함정에 걸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