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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무 Mar 14. 2024

인생 후반 홀로 라이프에 대하여

영화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영화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2021)는 노년기 홀로 라이프를 그리고 있다. 사랑 없는 정략결혼을 피해 무작정 도쿄로 상경한 모모코는 식당 서빙 알바를 하면서 손님이었던 슈조와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 슈조와 결혼하고 아들 쇼지 그리고 딸 나오미를 낳지만 남편 슈조는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났다. 아들 쇼지는 대학진학을 위해 집을 떠난 후 대학도 그만두고 시즈오카에서 취직한다. 그 후부터는 전화 한 통 없이 살고 있다. 딸 나오미는 근처에 살지만 돈을 빌려달라거나 뭔가 아쉬운 소리를 할 때만 방문한다. 남편과는 사이가 좋았지만 자식들과는 소원한 채 살고 있다. 치매 증상이 의심되지만 막상 치매라고 해도 자신을 돌봐줄 사람 하나 없는 모모코는 혼자서 병원에 가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고 반납하며 살고 있다. 모모코는 신여성으로서 새 시대의 사람으로 미래를 살고자 정략결혼으로부터 도망쳐 고향을 벗어났지만 도망쳐온 도쿄에서 위험한 사랑을 만났다.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해서 자녀를 낳고 가정 주부로서 살아온 삶보다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살아야 했다고 후회한다.  



누구나 늙고 병들기 때문에 나만 이런 게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한다. 어떻게든 될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사랑하던 남편 슈조가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난 건 자신을 혼자 살게 하려고 남편이 배려한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은 혼자 살아보고 싶었던 거라며 내가 원하는 대로 내 힘으로 살고 싶다며 혼자서 갈 거라 다짐한다. 영화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는 상당히 지루하고 재미없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도 지루한 영화를 끝까지 볼 관객은 많지 않을 것이다. 중간에 그만 보려고 했지만 그놈(?)의 오기와 쓸데없는 인내심이 발동해 중간에 끊어내질 못했다. 끝까지 봤지만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진 않다. 물론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의 주관적 기준이므로 참고만 하시길 바란다.



영화의 메시지만큼은 확실하다. 누구나 혼자이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게 가장 후회가 적다는 걸 보여준다. 아무리 남편과 사이가 좋아도 먼저 세상을 떠나면 홀로 살 수밖에 없다. 자식들을 애지중지 키워 놓았어도 자신들이 필요할 때만 부모를 찾는 게 대부분의 자녀들이다. 부모를 도와주겠다고 먼저 나서는 자녀는 거의 없다. 나빠서가 아니라 현실의 삶이 그만큼 팍팍하고 힘겹기 때문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라고 하니 그런 자녀가 도움을 주길 바라는 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주인공 모모코는 자기보다 70살이나 많은 자신의 할머니와 자신은 70년 세월을 사이에 둔 길동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일은 대부분 반복되기 마련이고 자신이 이제 할머니가 되었다며 어릴 땐 뭘 잘 몰라 할머니를 섭섭하게 했다고 잘못을 사죄한다. 할머니를 떠올리니 지금의 자신처럼 할머니도 많이 외로웠을 텐데 그땐 몰랐다고 뉘우친다.  



인생은 홀로 태어나서 홀로 떠나는 여정이다. 중간에 함께 걸어가는 길동무를 만나기도 하고 또 헤어지기도 하고 먼저 떠나보내기도 하면서 숨이 끊어질 때까지 그렇게 혼자서 혹은 둘이서 혹은 그 이상이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다. 지금의 50-60대는 부모를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이고 자녀들에게 기댈 수 없는 낀 세대라고 한다. 목숨을 앗아갈 사고나 큰 질병이 엄습하지 않는 한 노인이 될 때까지 살아갈 테고 그러다 대부분 독거노인이 되어 하늘이 불러주는 그날까지 혼자서 나대로 살아갈 것이다. 영화 속 장면은 쓸쓸해 보이기도 하고 별다른 희망이나 새로움이 보이지 않아 유쾌하진 않았다. 그러나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분명 감사한 일임을 되새긴다면 나이 들어서까지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것 같다. 늙고 병들어도 살아있고 숨을 쉬고 움직일 수 있고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젊어서 가족 부양의 책무에 시달려온 사람이라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노년기가 외려 축복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힘으로 살아보는 기회가 될 테니까.



의학기술의 발달로 생존 연령이 늘어나고 저출산 고령화로 돌봐줄 젊은 세대가 감소하고 가족해체 현상으로 개인화된 사회에서 홀로 노년기를 보내는 현상은 어찌 보면 보편적 사회 현상이 될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그런 독거노인의 삶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영화이다. 경제적 준비만 은퇴 준비는 아닌 것 같다. 멘털관리, 외로움이나 고독으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힘(취미나 배움, 소통하고 지내는 사람 등)을 비축하는 것도 노후 준비에 포함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노후준비라는 것이 지나치게 경제적 측면에만 맞추어져 있다. 한때 유행처럼 회자되던 중산층의 기준 역시 우리나라만 경제적인 것에 집중해 중산층을 나누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프랑스의 경우 중산층이란 외국어를 하나 정도 할 수 있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하며 남들과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 약자를 도우며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중산층인 반면 우리나라는 30평 아파트, 2000 CC급 자동차, 월급여 500만 원 이상, 예금액 잔고 1억 이상, 해외여행을 1년에 한 번 정도는 다닐 수 있는 사람 등 온통 그 기준이 경제적인 측면에 맞추어 정의되어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도덕성, 문화적 취향, 사회적 태도, 철학, 가치관, 교양과 상식,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 오직 경제적 지위나 자산 규모만으로 중산층이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사고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돈만 있으면 행복한가? 대화를 나누고 마음을 나눌 사람 하나 없이 돈만 있으면 행복할까? 돈으로 사람의 진실한 마음도 살 수 있을까? 돈만 있으면 가치관도 정립되고 자기 철학이 생겨날까? 흔들리지 않는 멘털과 몰입해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취미도 돈만 있으면 가질 수 있을까? 돈이 있으면 배우고 싶은 것을 수강할 수 있는 선택지는 넓어질지 모르겠지만 문제는 몰입해 즐겁게 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인지를 모른다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헛돈만 쓰게 될 공산이 크다. 돈으로 자신의 문화적 취향까지 살 수는 없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고도의 자본주의 세상에 살고 있는 현실에서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돈은 중요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 되는 것만은 틀림없다. 보다 풍요롭고 풍족한 삶을 살 게 하는 건 맞다. 그러나 경제적 자본이 삶의 모든 것이 될 수는 없다. 노후준비 역시 경제적 준비가 다는 아니다. 수명이 길어진 만큼 큰 사고나 질병이 없다면 노년의 시간과 마주하게 되고 그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세상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나' 자신과 좀 더 친해지고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훌륭한 노후 준비가 아닐까?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열린 마음, 나만 옳다는 믿음에서 벗어나 타인의 의견도 존중하고 수용할 수 있는 태도, 아집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롭고 새로움과 낯섦을 배척하지 않을 수 있는 자세도 노후 준비에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노년의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다 갈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도 경제적 준비만큼 중요한 노후 준비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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