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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무 Mar 23. 2024

잔인한 3월 소회

올해 3월은 유독 잔인하다. 겨우내 잘 견뎌왔던 몸이 잔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감기몸살을 앓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평생을 써먹은 목이 고장 나 쉰 목소리가 나고 코까지 고장이 났다. 한 달 이상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고 약을 먹고 있지만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봄볕을 느낄 새도 없이 병든 닭 마냥 축 늘어져 시름시름 보낸다. 절기로 보면 입춘(2024년 올해는 2월 4일)에서 입하(2024년 5월 6일) 전 까지를 봄이라고 한다. 기상학적으로는 양력 3월, 4월, 5월을 봄이라 부른다. 절기상으로 입춘이 지난 지 한 달이 넘었다. 기상학적으로도 3월인 지금은 봄이 분명하다. 봄은 봄이로되 봄 같지 않은 봄이다. 유독 이번 봄은 유난스럽게 지나는 듯하다. 




예로부터 봄은 희망의 아이콘이었다. 봄이 되면 늘 새로운 시작이 있었고 새로운 만남이 있었다. 겨우내 웅크렸던 몸을 추스르고 본격적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설렘의 시간이었다. 봄에는 항상 무언가를 시작했다. 하다못해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식물 기르기를 시작하는 것도 항상 이 맘 때즈음이었다. 개인적으로 동물보다는 식물을 좋아한다. 삭막한 아파트지만 기르고 있는 식물들이 있어 덜 삭막하게 느껴진다. 초록초록한 식물들을 보면 태동하는 생명의 기운을 느낀다. 겨울의 정적을 깨고 뿜어져 나오는 활기찬 기상이 느껴지는 봄이라 봄을 좋아한다. 물론 참고로 싫어하는 계절은 없다. 봄은 봄대로 좋고 여름은 여름이라서 좋고 가을은 가을 대로 겨울은 겨울이라 좋다. 일 년 사계절을 모두 사랑하지만 아무래도 봄은 새로운 출발과 희망을 품고 기지개를 켜는 기세가 좋아 사랑한다. 무언가 웅크리고 있던 것이 태동하고 약동하는 그 기세가 사랑스럽다.  




매 해 봄이 되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달 난 사람이 된다. 사람도 동물이고 자연 생태계의 일원이기에 일 년 사계절의 순환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그렇다 보니 봄에는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고 도전해 보기 좋은 계절이라는 생각이다. 올봄도 희망에 부풀어 하고 싶은 소소한 것들의 목록을 잔뜩 적어두었는데 몸이 영 따라주질 않는다. 생동하는 봄에 어울리지 않게 약 기운에 취해 살고 있으니 비루한 몸뚱이를 한탄할 밖에. 썩 건강하진 않았어도 이 정도로 말을 듣진 않았는데 저도 힘들게 살고 있으니 관심 좀 가져달라는 듯 몸이 유세를 부린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살아오면서 유독 신체를 홀대 하긴 했다. 왜 나는 신체를 움직이며 하는 활동보다는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활동에 매달렸는지 모르겠다. 한 차례 아프고 나서도 굳어진 습관은 좀처럼 바뀌질 않는다. 여전히 독서가 좋고 사색이 좋고 글쓰기가 좋다. 한 분야를 특정해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것도 재밌다. 반면 움직이는 건 걷기와 수영을 제외하면 그다지 좋아하질 않는다. 날씨를 탓하기도 하고 바쁘다는 핑계를 대기도 하면서 도무지 그마저도 하지 않으니 신체가 난동을 부릴 만도 하다. 




신체의 반란으로 소소한 계획들이 무산됐지만 그래도 누워서만 지낼 수는 없다. 무엇이라도 하고 싶다. 살아 있다는 건 축복이고 살아 있는 동안은 시간을 허투루 쓰고 싶진 않다. 고장 난 몸을 핑계 삼아 안주하기보다 이번 봄이 가기 전에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다. 이번 봄에 시작한 일로 인해 삶에 작은 변화라도 생긴다면 즉시 고마운 구독자님들께 보고 드리고 함께 나누고 싶다. 구독자님들이야 말로 절친한 벗이고 그저 곁에만 있어도 든든한 고마운 분들이기에 작은 일상이라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다. 한때 철벽녀처럼 벽치고 살던 내가 아무렇지 않게 내 이야기를 푼수처럼 공개하게 된 건 놀라운 변화다. 이것이야말로 글쓰기의 기적이 아닐까. 부족한 글도 읽어주고 공감해 주는 독자님들이 계시니 아무래도 뻔뻔해지고 무모해지는 것 같다. 내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 주는 분의 구독자님이라도 계신다면 글쓰기를 멈추진 않을 같다. 아무리 아파도, 아무리 괴로워도 계속 글을 같다. 글을 읽어주는 고마운 독자님들에게 3월은 잔인한 달아니었으면 좋겠다.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겐 행복하고 따사로운 고운 3월이 되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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