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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무 Sep 29. 2024

딱지

이준관 시인의 <딱지> 전문은 다음과 같다.


나는 어릴 때부터 그랬다.

칠칠치 못한 나는 걸핏하면 넘어져

무릎에 딱지를 달고 다녔다.

그 흉물 같은 딱지가 보기 싫어

손톱으로 득득 긁어 떼어 내려고 하면

아버지는 그때마다 말씀하셨다.

딱지를 떼어내지 말아라 그래야 낫는다.

아버지 말씀대로 그대로 놓아두면

까만 고약 같은 딱지가 떨어지고

딱정벌레 날개처럼 하얀 새살이

돋아나 있었다.

지금도 칠칠치 못한 나는

사람에 걸려 넘어지고 부딪히며

마음에 딱지를 달고 다닌다.

그때마다 그 딱지에 아버지 말씀이

얹혀진다.

딱지를 떼지 말아라 딱지가 새살을 키운다.




마음 어딘가에 딱지가 덕지덕지 붙었다. 흉물처럼 보여 애써 딱지를 외면하고 보지 않으려 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딱지는 쌓여만 갔다. 어느덧 딱지가 쌓여 딱지산이 되어버렸다. 더덕더덕 쌓인 딱지는 언제쯤 떨어져 나갈까? 새살이 돋아나긴 할까?




언제가 되어야 사람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사람과 부딪히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언제가 되어야 딱지가 생기지 않을 만큼 나이스하게 살 수 있을까? 안 그런 척, 강한 척, 괜찮은 척하며 살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아프고 아린다. 강하지 않으면서 강한 척하고 괜찮지 않으면서 괜찮은 척하는 '척척 병'은 달고 는 고질병이다. 도무지 고쳐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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