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시언 Jul 08. 2022

PTSD와 추억 그 사이

From. NAVY

진해 땅을 밟으니 군가가 들린다.     


뜨거운 태양 빛에 아스팔트가 춤추고 얄미운 바람이 내 땀방울을 닦아주었다.     


약간의 바람이 집 나간 군인정신을 부른 것일까? 파란 셔츠를 입은 나는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진해 앞바다를 걸었다. 역시 군인정신은 제정신이 아니다.

     

옷소매를 땀으로 적시며, 한참을 걸은 나는 해군 교육사령부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여기에서 말하는 해군 교육사령부는 육군으로 치면 훈련소다. 훈련소의 정문 사이로 현역 군인들이 보이는데,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나오고 향수가 진해진 나는 동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밍구(동기의 별명)야 나 교육사 앞에 있다.”

     

“엥? 뭐더러 거까지 갔는데?”     


“쉬는 날이기도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있어서 왔다. 근데 여 오니까 니 생각나서 전화했다.”    

  

“가보니까 어떻드나? 좋나?”     


“PTSD랑 추억 그 사이쯤에 있다. 근데 현역병들 보니까 웃음이 나오네”     


“인마 이거 남의 고통을 보니까 행복한갑네?”     


“그런갑다”     


그렇다. 내가 웃음이 나오는 이유는 과거의 나와 현역병들의 현재가 찐득한 교집합으로 묶였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저런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과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는 여유가 온전히 내 것이라는 기쁨에 희열을 느낀 것이다.      


동기와의 전화를 마치고 카메라를 들었는데, 지금의 나는 어떤 시각으로 진해를 바라볼지 궁금했다. 한때는 교육사의 철조망을 넘나드는 갈매기의 자유가 부러웠는데 말이다.     


이번 사진은 나의 입대하는 날을 곱씹으며 찍었다. 즉, 입대하는 날 돌아다녔던 진해를 담았다. 3년 전의 빡빡이는 결코 보지 못했던 진해의 아름다움을 당신에게 공유하고자 한다.  

   

오늘도 당신의 작은 창문이 되길 바라며...  




제목 : 등대


군인 시절 나의 등대는 일과 후 공중전화로 듣는 부모님의 목소리였다.


Q : 힘든 날 당신의 등대는 무엇인가요?




제목 : 항해자


만사 때와 장소가 있다는데, 정작 시계도 지도도 없다.


Q : 당신은 기회를 잡기 위해 무슨 준비를 하고 있나요?




제목 : 만선


힘들게 했는데, 아무것도 못 얻으면 어떡하냐고요?

최소한 경험은 얻었잖아요.


Q : 당신은 무얼 위해 노력하고 있나요? 




제목 : 여행의 묘미


원래 여행은 준비할 때가 가장 즐거운 법이지요.

문을 열면 모험의 시작이에요.


Q : 당신은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나요?




제목 : 섬


외로운 섬 하나긴 해도 새들의 고향이다.


Q : 당신의 마음의 고향은 어디인가요? 




제목 : 운동장


입대하기 전날에는 매우 넓어 보였는데, 전역하고 3년 뒤에 가보니 무척 작은 공간이었다.

그만큼 주위를 둘러볼 만큼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Q :  당신이 가장 긴장했던 날은 언제인가요?




From. 진해



당신의 작은 창문이 되길 바라며...

작가의 이전글 나의 네버랜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