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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언 Jan 16. 2023

각본 인생

Day9

산티아고에서의 2일째다. 


여전히 스페인의 태양은 강렬했지만, 레몬 한 조각을 가미한 콜라 한잔은 더위를 망각하게 했다. 그렇게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그동안 묵혀두었던 생각을 꺼내보았다.


'인간은 각본에 의해 살아간다.'


최근 많이 회자되는 MBTI를 보며 든 생각이다. MBTI는 성격 유형 검사의 한 종류인데, 마이어스와 브릭스 모녀가 카를 융의 심리 유형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일종의 도구인 셈이다.


그래서 거창한 의미가 있을 것 같은 MBTI의 약자는 마이어스(M)와 브릭스(B)가 만든 유형(T)의 지표(I)인데, 8가지 기준에 따라 인간을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이제는 소개팅 자리에서도 직업군보다 먼저 등장하는 질문이 되었고, 상대방을 이해함에 중요한 요소라고 여겨진다. 개인적으로는 타인의 심리를 맞추려는 인간의 호기심과 그에 따른 욕망을 사로잡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경우 ENTJ인데, 외향적인 부분에서 에너지를 충족하고 주변세계를 직관적으로 인식하며, 사고함으로 상황을 결정한다.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데 판단을 중요하게 여긴다. 세간에서는 ENTJ를 대담한 통솔자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공격적이고 지배적이며,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장점으로는 리더십이 있고 사교성이 높으며, 도전정신이 높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DISC나 에니어그램 검사를 했을 때에도 이와 비슷하게 나왔으니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틀에 박힌다고 생각하여 만연하게 남발하는 것을 주의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검사에 따르면 나는 바깥에서 사람을 만나야 에너지가 충족된다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노래를 듣거나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혹은 내가 좋아하는 간식을 먹으며, 집에서 영화 시청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는 내향적인 사람이 좋아하는 취미다. 물론 검사지에서 말한 것처럼 친구를 만나거나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또한 좋아한다. 


즉, 나에게는 외향적, 내향적 면모가 공존하는 것이다. E와 I로 이분화하기에는 오류가 존재한다. 게다가 MBTI가 100% 정확하다면, 이 세상 사람은 16가지 종류밖에 없기에 '16가지 각본대로 살아가는 건가...'라며 한편으로는 서글픈 상상을 하게 된다.


다만, 주어진 각본을 참고하면 어떨까? 기존의 각본을 수정, 재창조하여 나만의 각본을 써 내려간다면, MBTI나 다른 성격유형 검사들도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애당초 이걸 만든 마이어스와 브릭스 조차 '도구'라고 했으니 말이다.


아테네 델포이 신전에도 새겨져 있으며, 소크라테스도 인용한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 자신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단순히 검사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살아가며 풀어갈 숙제인 것이다. 문득 소크라테스는 자신에 대해서 결론을 내렸는지 궁금해졌다.



제목 : 오르막길


정상만 보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며,

꽤나 아름다운 길이라 말할 수 있기를...  


Q : 당신은 주위를 둘러보고 있나요?




제목 : 여유


단어의 뜻을 보니 꽤나 비쌌구나? 


Q : 당신은 여유가 있나요?




제목 : 자기 합리화


A : "죄를 지었습니다."

B : "그렇다면, 책임을 지거라..."


Q : 당신은 도망치고 있나요?




제목 : 종탑


댕, 댕, 댕

오늘 하루도 잘 일어났다.


Q : 당신은 잠을 잘 자나요?




제목 : 선물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Q : 당신은 대가 없는 선물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오늘도 당신의 작은 창문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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