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0
마드리드로 향하는 기차에 오르고 아버지께 전화를 했다.
오랜만에 전하는 안부인사였는데, 반가움과는 달리 어머니와 동생이 COVID-19에 감염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나는 아버지와의 전화를 끊고 바로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는데, 동생이 대신 받았고 수화기 너머에는 어머니의 힘겨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시간이 지나 회복하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4년 전 할아버지와의 마지막 통화가 떠올랐다. 죽음... 나는 분명 마드리드 기차 안에서 지독한 외로움의 냄새를 맡은 것이다. 내가 대서양을 항해할 때 맡았던 바로 그 냄새말이다.
다행히 할아버지 때와는 달리 어머니와 동생의 상태는 그리 걱정할 상태는 아니었지만, 나는 죽음에 대해 떠오른 생각과 감정을 공책에 끄적이기 시작했다. 아래의 내용은 공책에 적은 글을 가져온 것이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먼 곳에 있다고 느낀 죽음이 COVID-19로 인해 온 세상을 활보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바이러스에 몸을 숨기고 최대한 대비하려 하지만 결국 잡아먹히고 만다.
즉, 우리는 매 순간 죽음을 경험하고 있다.
돈, 명예, 권력, 지식은 순수한 '無' 앞에서 의미가 없음이 증명된 것이다. 나는 이 맥락에서 '겸손'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았다. 겸손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음'이다. 즉, 소유의 질량과 관계없이 타인을 한 영혼 그 자체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단, 앞에서 매너 있는 척 뒤에서는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기만'이며, 마지막 숨을 내뱉는 순간 감내해야 할 부끄러움이다.
나 또한 이를 조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함을 실감한다. 그래서 떠올린 문장이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는 것이다. 죽음 앞에 우리는 한낮 피조물이며, 현재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은 내려놓고 가야 함을 알아야 한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기에 누군가에게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며, 개개인의 환경, 문화, 여타 신념으로 인해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전에 대학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를 질문하셨을 때 죽음보다 더 효과적인 요소를 떠올릴 수 없었다.
겸손, 그리고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한 죽음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