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우편엽서를 사랑하는 아이에게
우주는 내 입맛만큼이나 넓다.
램프 밑에서 본 세계는 얼마나 큰가!
그리고 기억 속에 더듬는 세계는 얼마나 작은가!
우리는 파도의 리듬을 따라간다.
우리의 무한을 바다의 유한 위에 흔들면서
2022년의 나는 샤를 보들레르의 시를 읽고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돈과 명예의 욕망은 파멸임을 학습했다. 그 대체안이 '경험'인데, 나 또한 지속가능한 행복을 위해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자 했다.
그러나 26살이 된 지금 '그게 다 무슨 소용이지?'라고 하는 나를 발견한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경험하는 데에 있어 명확한 목표가 없었다.
사람들이 보기에 자유로운 영혼이라 불리는 나지만, 역설적이게도 나의 경험은 '안정감을 얻기 위한 도구'였던 것 같다. 젊음을 땔감 삼아 막연하게 도전과 경험을 외치면, 안정적인 미래는 자연스레 오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꾸준히 사진과 글로 내가 좋아하는 세상을 공유하면, 나만의 '특별함'을 찾고 '안정감'은 따라올 거라 착각했다. 그러나 수많은 미디어의 홍수 속에 나만의 특별한 무기가 있는지 의문이다.
나름의 필살기처럼 '지구 어디라도 앉을 곳은 있다.'라고 말한 나이지만, 현실의 나부터 앉아 쉴 곳을 잃어버린 것 같다. 즉, 뱉은 말에 책임을 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잘 입던 옷이 꽉 끼는 이 씁쓸함...
분명 항해할 때는 '지구 어디라도 앉을 곳은 있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문장을 다시 찾아야 할 것 같다. 다다익선이라 생각했던 경험이 이제는 살이 쪄 빼야 할 불순물이 될 줄이야...
그래도 나에게는 사진, 여행, 글이 있으니 결국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