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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성민 Mar 23. 2024

조급증을 어떻게 버려야 하나

영어 습득 도전기  5

무엇을 함에 있어 조급증을 버려야 하지만 그것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


영어를 하면 할수록 몇 개월 안에 절대 정복할 수 없는 분야인 것을 깨닫게 된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는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우기 때문에 계속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딱 4개월 차 접어드니 비약적으로 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는 문장과 단어 중심으로 말하게 되고 어려운 문장을 만나면 이해하지 못했다. 초반과 같이 계속 실력이 향상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니 조급함이 밀려왔다.


노조 외국어교육지회 창립을 2월에 했고, 본격적으로 외국인 강사 상담이 밀려왔다. 하지만 4개월 공부해서 대면으로 상담하기는 무리였다. 기본 단문 정도만 구사했고 쓰는 단어도 한정적이니 대화가 이어지지 못했다. 또한 상대의 말을 정확히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대화 끊키는 일이 많았다. 점점 조급해졌다. 새로운 강사들을 노동조합으로 많이 가입시켜야 하는데 말이 나오지 않으니깐 말이다.


조급함이 밀려오니 하루라도 인풋을 하지 않으면 뭔가 찝찝했다. 어느 날 술을 마시고 영어 공부를 했다. 보통 맥주 1병 정도도 취하지 않아 보통 책도 잘 보곤 했다. 하지만 술을 마시고 영어를 공부하는 것은 달랐다. 술기운으로 마음은 앞서 있는데 입과 귀는 잘 따라주지 않으니 버벅되었다.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술을 먹으면 말을 술술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외국어 공부는 반대였다. 무엇보다 술로 인해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뇌가 잘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 부딪치면서 좌절감이 상당했다. 평소에는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그러려니 했지만, 술로 인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부족한 내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근자감이 좌절감으로 이어지는 순간이 정말 절망스러웠다.  다시는 술 먹고 영어를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조급함을 탈피하는 것은 유창하게 영어를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일이다. 영어유튜브 영상 제목이 6개월 안에 유창하게 영어로 말하는 법 같은 것이 많다. 하지만 막상 클릭해 보면 6개월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유튜버들은 시청자들에게 원어민과 같이 유창해지는 것을 포기하라고 말한다. 자신의 목적에 맞게 꾸준히 해나가면서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곰곰이 영어가 필요한 이유와 상황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토플, 토익 같은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일은 아니고, 외국에 취업할 생각도 아니다. 다만 현재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라는 것을 잘 알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 목적에 따라 지금 중요한 부분은 소통이다. 유창한 발음으로 말할 필요도 없고, 영어로 책을 한 권 쓰는 것도 아니다.  느리더라도 내가 의도를 정확히 영어로 전달하기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


영어 단어 스펠링을 정확히 외우는 훈련보다 그 단어를 언제 쓰는지에 대해서 더 공부하기 시작했다. 단어만 외우기보다 문장과 함께 보며 그 단어를 써야 할 타이밍에 대해서 고민하니 실제로 입에서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끝으로 내가 이 글을 왜 쓰고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개인이 공부하는 걸 굳이 사람들이 알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영어라는 종목에 한정돼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무엇이든 새로운 일을 배울 때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는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꾸준히 뛴다고 오래 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중간중간에 잘못된 부분을 깨닫고 새로운 방법을 도입할 때 조금씩 오래 뛸 수 있었다. 영어 습득 도전기는 나의 시행착오에 대한 또 다른 기록이다. 


아무튼 그럼에도 빨리 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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