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노동위원회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하다
어제 태종대 부당해고 심판회의를 마치고 부산으로 오는 길은 찹찹했다. 회의가 결코 유리하게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참가했던 조합원과 노무사님까지 모두 느낄 정도였으니 말이다. 회의 의장 또한 중노위에서 뒤집힐 확률이 10%밖에 없다며 재심 인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초심결정을 뒤집고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고용노동부 지침인 용역근로자근로조건보호지침을 제대로 지켰는가 이다. 공공기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고용승계 한다고 할 때 그 특별한 사유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초심에서는 부산관광공사가 용역업체에 30명의 인원을 23명으로 줄인 것이 특별한 사유로 인정했다. 그 당시 조합원들 반응은 화가 나는 것을 넘어 말이 안 된다 생각했다. 노동부 지침도 있고 업체가 공사와 고용승계 하겠다는 확약서도 작성했는데 왜 구제신청이 기각되었는지 납득하지 못했다.
재심 노무사님께서는 특별한 사유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만한 부분을 찾을 수 없다며 집요하게 반박하셨다. 해고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 못할 결격 사유, 즉 사회통념상 해당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유 등에 대해 사측은 아무런 증명을 하지 못했다. 단지 인원이 더 이상 필요 없기 때문에 해고를 단행했던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실질적인 해고라고 주장하며 심판 위원들에게 해고를 할만한 경영상의 이유가 없다는 것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두 번째는 고용승계를 결정하는 면접이었다. 초심에도 엉터리 면접에 대해 지적을 하였다. 면접 이력서에 사진을 붙이지 않아 감점을 받은 해고자, 양복을 입고 참가한 면접에 복장불량이라고 지적받은 해고자 등 면접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 한 사람의 생계가 좌우되는 면접을 용역업체는 공개적인 카페라는 장소에서 진행하였다. 주변이 오픈되어 있는 카페라는 공간에서 사용자는 업무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았고 노동자 또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하기 어려웠다. 노동자에게는 생계를 좌우하는 면접이었지만 용역업체와 부산관광공사는 씹다 버린 껌처럼 쉽게 버릴 수 있는 존재처럼 대우를 했다.
결국 두 가지 쟁점에 대해서 사용자가 합리적 사유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노동자에게 손을 들어줬던 것 같다.
이번 결과는 조합원들의 단결된 투쟁과 집요함으로 승리하였다. 해고자 4명과 비해고자 3명은 지난 6개월 흩어지지 않고 단결했다. 비해고자 조합원들은 해고자의 투쟁이 내 투쟁인 것처럼 함께했고 모자란 소송비 또한 함께 부담했다. 그리고 심판회의 이유서를 제출하기 위해서 현장에 일을 하며 밤에는 컴퓨터와 씨름했다. 심판회의 전날까지 지회장은 승리를 위해 자료정리를 한다고 한숨도 못 잤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제 해고자 복직은 당연한 일이고, 고용승계되지 않아 받지 못한 퇴직금과 연차 등 싸워야 할 일이 남았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표현을 빌리면 앞으로의 싸움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PS) 태종대 노동자들의 작은 승리에 힘을 받아 함께 단결하여 투쟁하며 버텨가고 있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글로 엮어 봐야겠다는 확신이 든다. 각개격파 개별의 시대에도 조직과 연대가 어떤 힘이 있는지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