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성민 Jul 24. 2024

질긴 놈이 승리한다

마트월드 중노위 결과에 대한 내용

노동조합에 일하면서'질긴 놈이 승리한다'라는 말을 많이 쓴다.  


마트월드(집합건물 상가 업종) 지회장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이 말의 진짜 뜻을 몰랐다. 단순히 묵묵히 해나가는 게 버티는 게 아닌가라고만 생각했다.


이번주 월요일 마트월드 부당전직 구제신청 심판회의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있었다. 결과는 부당전직이 인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후 이상하게 뭔가 일이 풀리는 느낌이 든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세종시에 있어 지회장님 차로 함께 갔다. 고속도로에서 과속 한 번 안 하시고 차를 부드럽게 모셔서 하마터면 조수석에서 잘 뻔했다.


세종시에서 부산으로 오는 길에 기름이 부족했다. 차 계기판에 150km를 운행할 수 있다고 나왔고 남은 거리는 200km 남짓이었다. 기름을 넣어야 한다고 나는 주장했지만 지회장님께서는 조금 더 달릴 수 있다고 답변하셨다. 부산으로 돌아가는 길도 과속 없이 차분히 2차선에서 앞차 따라가며 무리한 추월도 없이 묵묵히 운전하셨다. 신기한 게 시간이 지날수록 운행가능 거리가 내비게이션 남은 거리를 앞질렀다. 연비가 점점 좋아지고 기름을 덜먹는 운전을 보고 신기했다.


부산에 돌아오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지회장님의 운전 습관은 노조활동과 같았다.  마트월드 동지들 올해 초 용역전환으로 인해 부당전직이 되어 조합원 10명에서 시작하여 2명만 남게 되었다. 하지만 두 조합원은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버텼다. 해고를 시키려는 사용자와 끝까지 버티는 노동자의 싸움에서 부당한 전직이라도 무조건 들어가서 싸워야 한다는 노동조합의 의견에 충실했다. 전기실에서 일하다가 쓰레기를 치우는 미화원이 되더라도 냄새나는 쓰레기를 땀 뻘뻘 흘리며 묵묵히 치웠다.


처음에는 고속도로에서 계기판처럼 노동조합이 지는 싸움이었다. 우리에게 아무런 증거도 없고 오로지 버티는 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당한 전직으로 묵묵히 버티는 조합원들에게 주변 상인들이 안타까워했다. 그 동정을 무기로 삼아 지회장님은 매점심마다 다른 상가 내 식당을 이용하며 상인들의 동정표를 얻었다. 또한 미화일을 하면서 문전수거를 하며 상인들의 고충을 듣고 함께 싸우기 위한 무기들을 얻었다.  


중노위의 결정이 이 싸움의 패배를 규정짓지는 못했다. 노조뿐만 아니라 현재 마트월드 상인들도 잘못된 회장을 비판하며 소송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조합원들이 지는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이기는 일만 남은 사업장이다.


질긴 놈이 승리한다. 끝까지 투쟁하자 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들은 마트월드 동지들이다. 질긴놈은 단순히 묵묵히 해나가는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주변을 꾸준히 설득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마트월드 동지들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ps) 노동위원회 노동자위원을 하며 부당해고 사건에서 복직명령에 불복하고 들어가지 않아 해고를 인정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사례를 숱하게 확인하고 있다. 부당한 인사라도 복직하여 안에서 싸우는 게 진짜 이기는 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해고는 니 탓이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