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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당 Sep 25. 2022

고인의 전화번호

예전에 손바닥만 한 까만 표지의 수첩에 늘 친구들의 전화번호가 빽빽이 적혀 있었지요.

연초가 되면, 바뀐 예쁜 수첩으로 전화번호를 옮겨 적으며 친구들의 얼굴을 떠 올렸습니다.


언제부턴가 수첩 대신 휴대폰이 그 자리를 꿰차고 앉아, 지금은 자기 분신처럼 잠시라도 없으면 불안하고 안달을 하게 되지요.


그곳에는 친구가 있고 동창회가 있으며 노래 영화와 기차표가 있으며, 일기가 있고 여행과 엄마의 사진 등 추억할 모든 것이 있습니다.


갑자기 유명을 달리한 친구의 부인이 카톡방에 친구 휴 대폰으로 마지막 인사를 올렸습니다.


"고인의 미망인입니다.

모든 분 덕분에 삼우제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00사에 고인을 모셨습니다.

조문과 격려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 올립니다.

앞으로 집안의 경조사에 영원한 친구를 대신해 저도 초 대해 주십시오.

채팅방에서는 이제 나가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친구의 휴대폰이 카톡방을 나가자, 친구의 이름이 사라 집니다.


밴드는 어떻게 되었을까.

0005기 밴드 주소록을 보니 아직 친구가 보이고, 지난해 떠난 00의 사진도 있습니다.

하늘에서도 친구들이 올린 글과 사진을 보고 즐겁게 웃고 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나의 휴대폰 주소록에도 떠난 친구 이름을 지우려다 그대로 두고 있습니다.

나이 들수록 건망증도 심해지는데, 이 마저 지운다면 금 방 잊힐까 두려운 것이겠지요.


삶이란 것이 휴대폰 주소록을 채워 가다가 어느 순간 부 터 하나씩 지워가는 과정이 아닐는지요. !

결국 누군가에게 나도 지워지고 쓸모없는 휴대폰만 서  속에 남겨지는 것이 우리들 인생인가 봅니다.


하지만 서랍 속 휴대폰에 담긴 카톡과 밴드처럼, 추억은 우리들의 영혼 속에(육신은 떠났지만) 오랫동안 가치는 아름다움으로 자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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