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절정의 피서철이다.
모두 산과 바다, 계곡으로 떠나고 있지만, 내겐 더욱 시원하고 멋진 곳이 있다.
어제 낮에도 다녀왔었고, 내일 오후에도 약속이 되어있는 스크린 골프장이다.
지난 2월 초등학교 지킴이 생활을 끝내고 가끔 스크린 골프를 쳐보았지만, 재미를 느껴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물론 골프를 시작한 건 개인적으로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귀찮은 레슨도 받은 바 없었고 독학으로 굳어진 나만의 엉성한 타법으로 비거리 하나만 자신하면서 머리를 올린 후 간간이 필드를 돌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중 1 때 야구부와 동네야구 경력, 군대에서 통합병원에 후송 갔을 때 동료 환우들과 잔디 연병장에서 야구를 할 때, 직장시절 사회인 야구에서 4번을 칠 정도로 공을 잘 맞추는 것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 자신감은 수년 전 거제도의 CC를 갔을 때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초반 홀에서 완벽한 거리의 티샷과 세컨드샷, 어프로치로 그림같이 그린에 올렸다.
(평소 연습에 인색했지만 이날은 하루 전 연습장에서 열심히 땀을 흘렸다.)
"황 선생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마치 PGA투어를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는 초반 6홀을 넘기지 못하고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스윙은 차츰 엉망이 되어갔으며, 충실하지 못한 기본기가 본색을 드러냈다. 반면 동반자의 실력은 점차 PGA급으로 바뀌어갔다.
이렇게 나의 골프 실력은 기본기가 없는 사상누각에 불과했지만 레슨은커녕 연습도 오랫동안 해본 적이 없었다.
그건 아마도 골프에 흥미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재미로 필드에 나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설령 갔을 때는 대부분 '혹시나 했던 나의 실력이 역시나' 하고 되돌아왔었다.
지금까지 내게 필드 골프는 멋과 호기심, 과시적인 단발적 행사였으며, 그 스코어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캐디의 선심과 서비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알까기, 퍼팅의 컨시더 등 변수가 많은 것이 그러했다.)
그러나 스크린 골프는 함께 모여 집중력을 갖고 치는 즐거움이 있었다. 정확하고 정직한 기록으로 신뢰감을 주었기에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는지 모른다.
(맑은 공기 자연 풍경은 느끼지 못하지만, 간편하게 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이렇게 스크린 골프를 일주일에 한 번은 치게 되는 친구들이 생겼다. 저녁을 먹으며 내기를 하고 어떤 날은 바둑으로 밤늦게까지 이어졌지만~
큰 핸디를 내가 받음에도 불구하고 승부는 마지막 홀에서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또한 긴장감의 매력으로 내게 다가왔다.
내기의 정도는 미약한 수준으로 매우 건전한 것이었지만 승부는 매우 치열했다.
짜릿한 역전승을 할 때의 행복감이 컸다. (다음날 길을 걸어가면서도 나 홀로 피시식 웃음이 나왔고, 집에서 설거지를 도맡아 하면서도 기분이 좋았고 아내의 잔소리도 내겐 다정하게 들렸다.)
물론 패한 경우에도 친구와 즐거운 운동을 했다는 밝은 여운이 남았다. 물론 집에 와서 부족한 스윙 연습을 열심히 했지만~
멋과 허세와 외관이 아닌 진정한 실력을 겨루기 위한 즐거운 골프가 새로이 시작된 것이다.
가능한 자주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며 먼지 나는 스크린을 열심히 때리고 싶다.
어렵고도 이상한 골프에 재몰입하면서 내 실력의 최고점에 도전해 볼 것이다.
짜릿한 역전승으로 미소와 행복감을 주는 이 스크린 골프를 즐겁게 배우고 익히리라!
'학이시습지 불역역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