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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당 Apr 06. 2023

봄 꽃 여행

온천천에 봄이 왔다. 벚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강가에는 오리들이 떠다니고 노란 유채꽃이 비치는 강물 속에는 살찐 향어들이 떼 지어 있다.

동백꽃과 일찍 핀 철쭉에는 젊은 연인이 서로의 사진을 찍어준다. 아직은 어두운 옷으로 겨울 병동을 탈출한듯한 수많은 인파들이 봄의 산책을 즐기고 있다.


3월 말이다. 그래, 우리도 꽃구경을 떠나자. 오랜만에 2박 3일 여행을 가기로 했다. 아들도 함께 갈 것인지 물어보자.


여행은 설렘이다. 떠나기 전날 마트에 함께 가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 지도를 보고 인터넷 여행기를 보는 것 만으로 마음이 충만해진다.


수요일 아침에 출발해 군항제가 열리는 진해에 들렀다. 아내가 가자는 경화역 철길의 벚꽃과 열차, 안민고갯길의 긴 벚꽃띠도 장관이다. 작은 꽃잎도 예쁘지만 군락 무리의 아름다움이 절정이다. 일본인 단체 여행자들과 함께 걸었다.

실개천을 따라 핀 여좌천 벚꽃길도 좋다. 노천을 따라 식당에서 피어오른 김처럼 인파가 밀려오고 축제의 열기가 서려있다.


우리는 함안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서

강진만 생태공원으로 향했다.

집사람은 억새를 좋아한다. 화왕산 사자평 간월재, 순천만 갈대숲에서 본 감동이 그러했었다.


강진만의 갈대숲과 늪지는 순천만보다 작았지만 모두들 좋아했다. 억새의 추억을 얘기하며 백조의 큰 모형이 있는 3km의 데크길 끝까지 걸어갔다.


봄꽃의 촉촉한 향기와 달리, 말라붙은 갈색의 갈대는 쓸쓸함 황량감으로 왔지만 바람에 흔들리듯 재잘거리는 소리와 포근한 오후의 햇살은 봄꽃 못지않게 내 가슴을 환하게 하였다.


우리는 차를 돌려 완도항으로 향했다. 여객선터미널 위 호텔에 짐을 풀고 바로밑 생선구이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다음날 일찍 여객선터미널에서 8시 30분 청산도행 표를 끊고 빵과 커피를 마셨다.  평일이라 관광버스의 단체 여행객 외 많이 붐비지 않아 다행이다. 선실 바닥이 따뜻해 아내는 배낭을 베고 부족한 잠을 보충했다.


시속 50km의 항속이라지만, 퀸청산호는 19.2km 떨어진 청산도에 50분이 걸렸다.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청산여수로 불린 기대되는 섬에 발을 디뎠다.


아들의 계획으로 우리는 버스를 타고 범바위에 내려서 약 12km의 길을 따라 서편제길, 항구로 되돌아오기로 했다.(버스 기사도 그 정도면 청산도를 많이 본 것이라 하였다.)


숲길을 걷는 건 즐겁다. 음이온이 가장 많이 나온다는 범바위에서 사진을 찍고 말탄바위, 권덕리를 지나 해안 낭떠러지 길을 걸었다. 사람이 없다. 마주친 사람은 구장리에서 단 한 사람으로 우리와 반대 방향에서 걸어왔다. 반갑게 서로 걸어왔던 길을 얘기해 주었다.


구장리 해변 바위에서 빵과 토마토를 먹었다. 점심시간이 지났지만 오늘은 밥 구경을 못했다. 하지만 최상의 오찬이다. 약 3시간을 걸은 후 눈에 익숙한 서편제 고갯길이 보인다.


언덕을 오르니, 온 산에 노랑 물감을 풀어놓은 듯이 마치 유채꽃 캔버스의 세상으로 발을 들여놓은 듯하다.


영화의 아름다운 엔딩처럼 우리는 긴 트래킹 후 클라이맥스를 맞이한 것이다.


사진과 눈으로만 담을 수 없어 오래오래 앉아있었다. 아내와 아들은 봄이 되면 늘 이 유채물결이 눈에 아른거릴 것이란다.


완도행 3시 배편에 맞추려고 항구로 내려간다. 길 아래는 유채꽃 풍경을 다 그린 캔버스를 옆에 두고서 쑥을 캐는 화가들의 여유도 낭만적이다.

유채 물결에 묻힌 감동의 청산도였다.


배가 고팠다. 따뜻한 선실 바닥에 배를 대고 완도항에 도착하니 오후 4시다.

검색한 맛집이 모두 브레이크타임이다. 우리는 한 시간을 더 달려서 강진군 병영면 돼지갈비 특화거리 수00에서 저녁이자 오늘의 첫 식사를 하였다. 멀리 온 보람이 있다. 홍어 족발 떡 나물 등 진수성찬에 값도 좋다. 남도의 맛이 느껴진다.


강진읍에 최근 개업한 '호텔00' 으로 정하니 서비스가 참 좋다. 조명 대리석 스마트TV  탄산수, 스타일러에 옷도 깨끗이 하고, 물도 좋고, 다음날 조식도 훌륭하다.


우리는 일찍 백련사로 갔다. 동백나무 숲 속은 울창하여 컴컴하지만 새소리가 요란하다. 동백꽃이 핀 예쁜 절이다. 약 1km의 다산초당까지의 숲 속 오솔길을 외면하고 귀갓길에 올랐다.


(우리는 예전의 생생한 추억이 사라질까 봐 청해진, 다산초당에 가지 않았다. 인공적인 부분보다 자연 그대로의 기억이 좋으리란 생각에서다.)


아내의 요청으로 남해 독일마을에 들러 가정식을 먹었다. 소시지와 햄 등 아들이 좋아한다. 창선ㆍ삼천포대교를 넘어오는 길에도 온통 벚꽃이다.


예전에 봄이 되면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했던 아내가 어느덧 꽃구경을 빠지지 않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 은 꽃으로 풀고 극복하는 것이란다.'


꿈같은 여행이 지나간다. 아파트 벗 꽃잎도 사라져 버렸다.      20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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