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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당 Apr 28. 2023

황매산

어젯밤 늦게까지 술자리가 이어졌지만, 비는 그치고 햇살이 상쾌한 아침이다.

모닝커피 모임에 다녀온 후 11시 반에 아내, 아들과 황매산을 향하여 출발했다.


나 역시 꽃을 좋아하지만, 아내와 아들이 꽃밭을 보고 감동을 받는 것이 또 하나의 기쁨이다.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서 두 시간 만에 황매산 정상주차장으로 곧바로 도착했다.


힘들게 걸어서 오르지 않아도 된다는 건 구경꾼이 적은 평일에 온 보너스였다.


주차 후, 차 안에서 빵 토마토 커피를 마시며 허기를 채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속담의 실천이다. 아무리 가족이지만 배고프면 서로 짜증 나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요즘 가을 단풍이나 봄 꽃을 구경하며 느끼는 게 있다. 짧은 여행도 더욱 상대의 입장에서 헤아려야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꽃 무더기가 많은 언덕을 향해 올라갔다. 언덕 위에는 더 넓은 화원이 펼쳐 있을 거란 상상이 맞아떨어졌다.


'수와 진'의 자선 노랫소리가 온 산을 울린다. 모두가 꽃처럼 밝고 아름답게 얼굴 가득 웃음이 넘친다.


꽃 밭에서 포즈를 취하는 한 여성이 남자에게 말한다.

"이렇게 좋은 곳 많은데 스위스는 뭐 하러 갈라카노!"

남자도 웃으면서 셔터를 연방 눌러댄다.


꽃밭과 꽃길에서 연인과 가족의 사진을 조금이라도 예쁘게 찍어주려는 그 마음이 정이고 사랑이다.

자연스러운 정으로 이루어져야 더 깊고 강한 유대가 될 것이다.


우리도 군락지를 오르내리며 사진을 찍고서 감탄사를 남발하고 또 남발했다.


맨 위 가장 넓은 3 군락지 둘레길을 걸었다. 철쭉 속 우뚝 선 소나무가 고고하다. 높은 지대라 이제 봉오리가 막 피어오른다. 반환점 벤치에서 따뜻한 무차를 마시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정말이지, 철쭉꽃도 좋지만 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넓은 억새평원도 가히 절경이다.


아내가 '꽃이 만개되는 내주쯤 평일에 한번 더 오자'는 말에, 나는 '당신 좋아하는 억새가 숲을 이룰 가을쯤에 오자'며 훗날로 미루었다.


글피(4/29)부터 철쭉제가 시작된다고 하니, 우리는 고요히 올해의 햅 꽃을 미리 맛본 셈이었다.


꽃들도 위로 붉게 타오르면서, 마지막 리허설을 분주히 끝내가고 있었다.


귀갓길에 진영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었다. 라멘, 덮밥, 고등어구이로 늘 각자 취향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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