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모 Jun 07. 2023

다섯 살 차이 나는 자매도 싸울까?

화해 독립 선언

중1. 14살 첫째와 초2. 9살 둘째는 요즘 부쩍 싸운다.

싸움이라고 해봤자 말싸움이 전부지만 그 말싸움을 듣고 있자면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한 명이 억울해서 울 때까지 멈추지 않는 것을 보면 화가 치밀기도 한다.


사춘기와 중2병이라는 을 알고 있는 둘째는 언니가 "어쩔티비" "응~ 잼민이 "라고 할 때마다 뭔가 억울하다.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내가 뭐라고 했다고 짜증이야"

"언니가 그렇게 말하는 거 싫다고 오오~"

"으~앙"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끝이 난다.


중1이 보기에 9살 동생의 모든 말과 행동은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동생이 5살 차이가 나든 한 살 차이가 나든 동생은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저 미운 걸까?


첫째는 애교가 많지만 유독 동생에게 차갑다.

그렇다고 먼저 시비를  적도 없고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같이 보드게임도 하고 인형놀이도 했다. 그런 아이가 친구들이 일 번이 되었고 집에 오면 웹툰을 보거나 음악을 듣느라 바쁘다.

살가운 둘째는 그래도 언니가 좋아서 먼저 다가가서 안아달라고 하거나 장난을 거는데 첫째받아주는 일이 드물어지니 서운해한다.

학원에 다니느라 부딪히는 일이 더 줄어들었지만 사춘기의 예민함에 가시라도 돋치는 날이면 싸움이 생긴다.


싸움이 일어나면 내 마음이 불편했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빨리 화해를 시켜보고 싶어서 따로 불러서 얘기도 해보고 둘이 서로 마주 보고 사과를 시켜보기도 했는데 어릴 때는 이런 방법이 통했다.

아니 사실은 더 혼나기 싫어서 억지 화해를 했던 거겠지만 어찌어찌 그 상황을 지나가게 했었다. 내가 편하려고.


그런데 최근에 둘이 싸우고 있어서  마디 했더니 첫째가 


엄마! 우리가 싸우면 둘이 알아서 해결할게


끼어들어서 잔소리하지 말라는 얘기이자, 독립 선언이었다.


"응? 둘이 서로를 배려 못하고 계속 싸우니까 그렇지"

"아니 싸울 수도 있지. 그리고 꼭 사이좋게 지내야 되는 것도 아니고 싸우고 나면 화해도 우리끼리 알아서 할 테니까 그냥 둬"

둘째도 첫째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사람은 같은 편이 될 때 친해지는 걸까?




아이들이 자신을 스스로 믿고 선택한 일에 나는 응원을 해주고 도움을 요청했을 때, 힘들 때, 맛있는 것을 사주는 엄마가 되자고 다짐했지만 현실에서는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았다. 내 입맛에 맞게 방 청소를 하라고, 좀 그만 보라고. 큰 소리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하며 내가 참 별로인 순간들을 만났다.


화해 독립 선언 이후로 최대한 끼어들지 않고 입을 꾹 다물고 기다렸더니 놀랍게도 둘이 알아서 풀고 쉽게 화해를 하고 있다.


그래도 가끔은 잔소리를 늘어놓고 싶은 날이 있는데 입을 다물고 손을 이용하고 있다.


서로 말이 날카로운 날.

내가 뱉는 말이 언젠가는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서 두 아이가 좋아하는 바나나맛 우유를 넣어 적어놨더니 흥미로운 눈으로 읽었다.



부모의 첫 번째 역할은 아이를 위험에서 멀리 떼어놓는 것이 아니라 다쳤을 때를 대비해 붕대를 준비해 놓고 아이가 하는 일을 지켜보는 것.
이라는 말이 있다



사춘기가 이제 막 시작인지도 모를 14살과 사춘기가 벌써 온 것 같은 9살을 키우며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저 말에 다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머리로는 알지만 잘 안되고 어려운 14년 차 육아.

나도 엄마는 처음이라 매번 부딪히며 아이들에게 배우고 같이 자라고 있다.


다섯 살 차이 나는 자매도 자주 싸운다.




























매거진의 이전글 과일 이야기 1- 무화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