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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모 Aug 21. 2023

과일 이야기 1- 무화과

나무에서 바로 따서 먹었던 그 맛

매일 먹는 사과 말고 좋아하는 과일은 무화과.


어릴 적 할아버지, 할머니 집 앞에는 무화과나무가 있었는데 이렇게 여름이 끝나가는 계절이면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열매를 어른들이 지나가며 하나씩 따 줬다.

꼬마인 내가 높은 나무를 보고 있으면 아빠가 한참을 살펴 제일 잘 익은 것으로 따서 바지에 먼지를 대충 닦아서 줬는데 이 이상하게 생긴 과일을 한 입 베어 물면 톡톡 씹히는 씨와 보들거리고 달콤한 과육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줬다.


그 시골집 무화과나무는 사라졌지만 마트에서 무화과를 만나면 그때 그 늦여름의 해 질 녘의 풍경과 나무, 달콤함이 한꺼번에 찾아와 나는 무장해제가 되고 만다.


아이들에게도 매년 맛있는 거라고 꼬셔서 둘 다 제법 좋아하는데 언젠가 왜 이름이 무화과인 줄 아냐고 물었더니 "무심하게 자라서?"라고 말하며 깔깔거렸다.

아이들은 이 요상하게 생긴 과일이 참 무심한 듯 멋이 없어 보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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