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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모 Dec 24. 2023

로맨틱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는 왜 설렐까

나는 언제부터 크리스마스가 설레었을까


아마 교회에 대한 십 대의 기억과 경험이 쌓이고 쌓여 습관처럼 트리를 꾸미고 조명을 켜고 있겠지


지금은 무교로 살고 있지만 교회는 재미있고 따뜻한 놀이터였다

그중 크리스마스가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기보다는 또래들과 노래와 연극을 연습하며 놀 수 있어서 좋았다


제일 좋았던 기억은 눈이 오는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이브에 예배가 끝나면 학생들만 남아 과자를 먹으면서 밤을 새워 놀았다

놀다가 새벽이 되면 교인들의 집에 찾아가 기쁘다 구주 오셨네, 종소리 울려라 같은 찬송가를 불렀다

어두운 집에 불이 탁 켜지고 내복 바람으로 나온 할머니들이 까만 봉지에 과자를 줬다

그렇게 한 집 한 집을 걸어가며 간식을 받았다

간식을 받아서 기분이 좋기보다는 새벽에 돌아다니는 게 신났다


특히 짝사랑하던 교회 오빠와 같은 팀이라도 되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크리스마스였다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 위를 부츠도 없이 뽀드득 밟고 다녀도 발 시린 줄 몰랐다

차디찬 새벽 공기에 코와 귀가 빨갛게 얼어도 추운 줄 몰랐다


삼십 년이 흘렀고 크리스마스는 또 왔다


작은 것에도 신나고 짝사랑하는 오빠 한번 보려고 교회에 다니던 열정과 순수함은 사라졌지만 눈이 오는 이브는 아직도 설렌다


집 한켠에 아이들과 트리를 꾸미고 부지런히 조명을 켜 본다




구독자 여러분~~

따뜻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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