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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2023 겨울은 무슨 색인가요?
색으로 쓰는 일기
by
정간
Dec 1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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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랑
냉동실에 슬라이스 해 둔 레몬이 다 떨어져 레몬을 한 봉지 샀다
베이킹 소다랑 식초로 샤워시키고 물기를 말려 슬라이스 해서 냉동실에 넣었다
따뜻한 물에 레몬을 넣어 레몬수도 마셔도 좋고 꿀이랑 같이 레몬 꿀 차로 마셔도 좋다
제일 많이 쓰는 곳은 술을 마실 때이다
하이볼이나 맥주에 하나씩 넣어주면 보기에도 상큼하고 맛도 더 좋다(고 생각하면서 마신다)
2. 빨강
마땅한 반찬 없어서 토달볶(토마토 달걀 볶음)을 했다
잘 익은 토마토를 뭉텅뭉텅 썰고 올리브 유에 볶다가 풀어놓은 계란에 맛술과 소금 조금 넣어 한번 더 섞어 토마토랑 만나게 해 준다
후추도 훗훗 뿌려서 마구 섞어준다
다 익으면 파슬리도 톡톡 올려준다
한가득 만들어서 반찬으로 먹었는데 약간 매운 음식을 먹을 때 잘 어울리고 간식과 안주로도 좋다
3. 분홍
추워진 날씨에는 목 티를 껴 입는 걸 좋아한다
핑크색 목 티를 입고 베이지 원피스를 입었는데 더 촌스럽게 양말까지 핑크로 깔맞춤 했다
분홍색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왠지 핑크라고 말해야 색이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이 양말을 본 딸이 장화를 신은 것 같다고 놀리듯이 한참을 웃었다
4. 파랑
봄 날처럼 따뜻하더니 갑자기 이별 선고를 하듯 떠나고 귀가 떨어져 나가듯 추워진 날씨
공기는 차가웠지만 하늘은 눈 부시게 파랬고 앙상한 나무에 남겨진 빨간 열매는 이름이 궁금했다
5. 초록
개운죽을 다시 뭉탱이로 들였다
3년 전 겨울
어제처럼 한파가 찾아왔던 이삿날
몇 년 동안 같이 살던 개운죽이 얼어서 축 늘어져있었다
따뜻한 곳에 며칠두면 다시 살아날 거라고 믿었는데 돌아오지 않았다
정이 들면 보내줘야 할 때 좋아하는 마음의 몇 배쯤은 아리한 마음이 생겨버린다는 것을 식물에게도 느꼈고 그래서 다시 키우기 어려웠다
그 뒤로도 초록이들이 몇몇 왔었지만 금세 죽었고 그렇게 한참을 모른척했다
다시 죽을지도 몰라-겁쟁이 식물 집사는 두렵지만 곁에 두고 싶다는 욕심에 3년 만에 개운죽 50cm 10개, 30cm 30개를 데려왔고 딸들에게 10개씩 주며 키우라고 했다
마땅한 유리병이 없어 반찬도 넣어 쓰던 병에 꽂아 두었다
곧 어울리는 말끔한 집을 사줘야지
6. 하양
눈이 왔고 새들도 신나서 발자국을 남기고 떠난 자리에 우리들의 발자국을 남기고 그림을 그렸다
엄마도 사랑해
나의 2023 겨울은 무지개 빛은 아니지만 꽤 뜨겁고 차갑고 따뜻하고 다정하며 아름답다
당신의 2023년 겨울은 무슨 색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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