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모 Jan 20. 2024

밥은 그냥 밥이 아니었다

도시락을 싸놓고 출근합니다

한 달에 오후 출근하는 날은 약 8일에서 10일이다

오후 1시 15분쯤 집에서 나가야 하고 밤 10시 퇴근이기 때문에 아이 둘 저녁이 문제

가끔 배달음식을 시켜주는데 메뉴도 특별할 것이 없고 애들이 먹고 싶은 메뉴를 얘기하면 해주고 싶은 마음에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시간이 없어 사진을 찍지 못했고, 어떤 날은 여유가 있어 사진을 남겨 두었다


누룽지 찬밥 데우고 국은 김치참치찌개

깻잎 장아찌, 박대구이, 양배추 샐러드

간식으로 사과와 당근 스틱


나무 접시에 있는 빵은 방학이라 늦잠을 자고 있던 큰 아이 점심용 샌드위치

통곡물 식빵에 계란과 양배추, 샌드위치 햄, 키위소스를 바른 짝퉁 이삭 토스트이다


내 점심도 샌드위치와 커피였는데 양배추에 계란을 입혀서 만드는데 양배추 슬라이스는 요리조리 쓸모가 많다


그전 날도 간식으로도 해줬다


이 날은 뚜껑 있는 국 용기에 밥을 담았고

김치제육볶음에 사과랑 브로콜리 샐러드였다

국은 없었나 보다


순두부찌개

브로콜리 초고추장

소시지 마늘 슬라이스 구이

김치

간식은 딸기와 사과


군만두

멸치견과류 볶음 

김치

국은 청국장


압력밥솥에 밥을 하는데 매번 저 작고 짱짱한 냄비가 우리 집 밥을 해주고 있다 

전기밥솥은 언제부터 없었는지 이제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되었고 아직까지 다시 사고 싶지는 않다


소시지 마늘구이

계란찜

김치볶음

단감샐러드


떡갈비에 토마토 파인애플 구이

김치

오이지무침

느타리버섯볶음


소고기 미역국

연근조림

스팸구

김치


소고기 뭇국

김치

비빔 오징어 젓갈

양배추 키위 샐러드


소고기 뭇국이 먹고 싶다는 둘째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첫째

밥 양도 반찬 양도 다르게 담아줘야 한다



입김이 나오는 부엌에서 맨 손으로 김치를 쓱쓱 쓸어서 담고, 쪽파 하나하나를 리본처럼 묶어서 가지런히 놓고, 카스테라 빵으로 빵가루를 만들어 쫄깃한 옹심이에 굴려 간식을 만들어 주던 엄마를 생각해 본다


손녀딸의 볼록한 배가 귀여워 어른처럼 밥을 담아주고 달고 짠 진미채와 시원하고 아삭한 동치미를 해주던 할머니를 떠올려본다


나를 위해 밥상을 차려주던 사람들이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해주지 않았지만 이제 나는 그 밥들이 많은 것을 품고 있었던 사랑이었다는 것을 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도 지금은 그냥 엄마가 해주는 밥이겠지만 그 밥이 얼마나 많은 것을 품고 있는지 알게 된다면 스스로를 더 아끼게 될 거라고 믿는다


혹시 나중에 엄마가 뭘 해 줬더라~라는 딴지를 건다면 이 사진들을 쓱 내밀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