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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 재 Dec 10. 2022

크리스마스 장식의 상징성과 의미

요즘 아침 마다 동네의 크리스마스 장식 구경하는 맛이 쏠쏠하다. 예전에는 장식을 보면서도 '기독교 신자들은 크리스마스를 이렇게 장식해 놓고 축하하는구나!' 라는 정도로만 생각했지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미국의 문화적 바탕이 기독교이다 보니 내가 기독교 신자이든 아니든 기독교적 문화에 젖어 살게 된다. 


신화 공부를 하고 나서 크리스마스 장식물을 보니 모든 것이 의미심장한 상징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수님의 탄생일로 기념하는 12월 25일은 실제로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공인하던 4세기 초에 교회가 12월 25일을 예수님의 탄생일로 정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일년 365일 중에 왜 하필 12월 25일이었을까? 이미 오래 전 부터 이 날이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 날은 아니었을까?


그랬다. 이 날은 크리스마스날로 정해지기 이전부터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 날이었다. 이 날은 우리나라의 동지에 해당하는 날이다. 서양에서도 winter solstice라고 하여 이미 선사시대부터 중요한 날로 축하하던 날이다. 이날이 특히나 중요한 이유는 밤이 가장 긴 날이자 바로 이어 낮이 조금씩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로 새로운 생명의 사이클이 시작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새해의 시작을 신년 초하루 또는 음력 정월 초하루로 축하하고 있지만 선사시대와 고대, 하물며 현대의 풍습에서 조차 여전히  새로운 해의 시작을 동지날로 보고 기념하는 곳이 많다. 기독교에서 기념하는 크리스마스도 바로 동지, 즉 새로운 생명의 사이클이  시작하는 날을 예수님의 탄생일로 잡은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고 있으면 모두 생명의 재탄생, 생명의 에너지와 관련된 상징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대표적 크리스마스 장식물로 사용되는 사슴, 빨강색, 회오리 패턴, 지팡이 모양(새싹 모양), 생명의 나무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자.



1) 사슴 

루돌프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산타 클로스는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주시려고 밤새 하늘을 날아 착한 아이가 사는 집의 굴뚝을 통해 들어가신 후 선물을 남기신다. 너가 봤냐고 물으면 그것이 일상적으로 회자되는 이야기 아니냐고 반문할 밖에. 산타 할아버지는 그 뚱뚱한 몸으로 굴뚝을 통과하시려면 얼마나 힘드실까... 


이런 이야기야 현대에 들어와서 만들어진 것이니 건너 뛰고 여기서 주목할 것은 사슴이다. 사슴은 선사시대부터 봄을 알리는 상징이었다. 곰과 사슴은 새로운 생명을 낳는 어머니의 상징으로 숭배받았다. 곰은 겨울잠을 자고 봄이 되면 새끼를 데리고 나오고, 사슴 뿔은 가을이면 떨어지고 봄이면 새롭게 솟아나기 때문에 선사시대부터 생명을 낳는 봄의 상징이었다. 이러한 생태적 특징은 여성의 임신과 출산과 혼합되어 사슴여신으로 숭배받았다. 사슴 즉 새롭게 생명을 탄생시키는 상징적 동물이다.


이 댁은 무스로 장식을 해 놓았다.



2) 빨강 

루돌프 코도 빨갛고, 집집마다 문이나 창에 장식하는 리스에도 빨간 열매나 빨간 리본을 묶어놓는다. 빨간 색은 피를 상징하며 피는 곧 생명력을 상징한다. 






3) 회오리 모양

집집마다 전나무 가지를 길게 연결하여 문가에 걸거나 문의 기둥을 회오리 모양으로 감아 장식해 놓았다. 문의 기둥은 생명의 나무를 상징하고, 이 생명의 나무를 회오리 모양으로 감고 올라가는 것은 왕성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꿈틀꿈틀 움직이는 뱀, 사행천 처럼 구불 구불한 선이나 곡선, 회오리 모양의 선들은  왕성한 에너지를 상징한다. 왕성한 에너지가 있어야 생명의 순환이 다시 시작될 수 있으니까. 


이 댁은 문앞의 화분에 심은 나무도 회오리 모양으로 다듬어 놓았다.




4) 지팡이 모양 (새싹 모양)

어떤 집은 롤리팝 모양의 사탕형 막대기와 후크 모양의 지팡이를 줄줄이 꽂아 놓은 집도 있다. 롤리팝의 회오리 문양은 생명 에너지의 분출을 상징한다고 위에서 말했다. 그렇다면 후크형의 지팡이는 무엇을 상징할까? 바로 새싹이 땅에서 고개를 내미는 모양을 상징한다. 이 새싹의 상징물 안에는 물을 상징하는 삼각형 디자인으로 빼곡히 장식이 되어 있는 신석기 시대의 유물도 남아 있다. 새싹이 성장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물이니까. 이런 기호나 심볼은 이미 신석기 시대 부터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되었던 문양이다. 동네의 몇몇 집에 장식되어 있는 후크형 지팡이와 롤리팝형 막대를 자세히 보면 회오리 모양이 돌아가며 장식되어 있다. 롤리팝 모양의 막대기에는 사탕부분이 회오리 3개가 감겨들어가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고, 후크형 지팡이도 겉면을 전부 회오리형으로 문양을 넣어 놓았다.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려면 얼마나 많은 생명의 에너지가 필요할까? 새싹의 상징성과 에너지의 상징성이 같이 장식되어 있는 것을 보면 크리스마스 장식용 디자인이 단순히 장식을 위한 디자인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회오리 패턴을 하고 있는 지팡이(새싹)와 오른쪽의 회오리 형태를 하고 있는 롤리팝 모양 장식물
이 댁은 사슴, 산타 할아버지, 미니 지팡이, 붉은 리스까지 다양한 장식을 해놓았다.




5) 생명의 나무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용하는 나무 역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선사시대 부터 "생명의 나무" 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생명의 나무 아래 남녀가 앉아 있는 모습도 있고, 생명의 나무에 깃들어 만 생명체가 살아가는 모습도 나오고, 생명의 나무가 우주의 중심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생명의 나무는 다양한 모습을 취하는데, 실제로 나무의 형상을 한 것도 있고, 신전의 기둥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동굴 안의 석순의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사용하는 나무는 전나무, 소나무, 가문비 나무 등의 나무가 사용되고 있지만 이 나무의 원래 의미는 바로 우주의 중심이자 땅에 깊이 뿌리를 내린 "생명의 나무"를 상징한다는 것을 알면 의미가 사뭇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예전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봐도 기독교 신자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큰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선사시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나자 수만년전 부터 인류에게 전승되어 온 다양한 생명의 상징물들이 지금의 우리 삶에까지 계속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나의 삶이 오래전 조상들과의 연장선에 있음을 알게 되자 마음이 벅차오르며 안심이 된다. 그것이 종교적 색채를 띠고 있든, 민담이나 풍습으로 남아 있든, 조상들과 한 생각, 한 염원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함부로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고. 


어렸을 때 동지날 엄마가 팥죽을 끓여 집 구석구석에 팥죽을 끼얹으며 집안의 평안을 기원하시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때는 그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지만 이제는 엄마의 염원이 무엇이었는지 안다. 기독교의 크리스마스가 동지와 같은 의미를 가진 날임을 안 이상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대로 축하하고 나는 우리 조상님들이 축하하던 방식으로 올해의 동지를 기념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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