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희곡 다시 읽기
* 이 작품은 계명대 김종환 교수가 번역한 지만지드라마 출판본으로 읽었다.
⟪베로나의 두 신사⟫를 읽고 나서 느낀점은 천하의 셰익스피어라고 하지만 처음부터 대단한 실력을 갖춘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스토리의 개연성이 대단히 부족하여 다 읽고 책을 덮을 때 헛웃음이 나왔다. 오히려 그래서 셰익스피어를 인갑답게 보게된 점도 있다. 그저 그런 작품을 쓰던 그가 평생에 걸쳐 실력을 갈고 닦아 얼마나 대단한 작품을 창조했는지 비교해 볼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베로나의 두 신사⟫는 셰익스피어의 활동 초기에 쓴 희극이다.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줄거리만 간단히 소개하려 한다.
작품 속 배경은 이탈리아의 세 도시 베로나, 밀라노, 만토바이다. 이 작품을 읽을 때는 베로나와 만토바에 비해 강력했던 밀라노의 세력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좋을 듯하다. 밀라노 공작의 딸 실비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 남자의 진정한 사랑과, 공작의 딸이라는 신분을 탐내어 그녀를 차지함으로써 출세를 해 보려는 두 남자, 이렇게 세 남자들 간의 경쟁과 갈등이 중심이 되어 있다. 그 사이 사이에 양념과 같은 에피스드들도 첨가되어 있다.
베로나의 두 신사 발렌타인과 프로테우스는 친구 사이이다. 발렌타인은 밀라노 공국으로 떠나 그곳에서 공작을 모시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테우스는 애인 줄리아를 두고 떠나기가 싫어 친구 발렌타인이 같이 가자고 하는데도 베로나에 남았다. 그러나 프로테우스의 아버지가 밀라노로 가서 미래를 개척하라고 하자 어쩔 수 없이 줄리아를 두고 밀라노로 떠난다. 줄리아에게는 사랑의 맹세를 하면서 절대 자기 사랑은 변치 않을 것이라는 단단히 약속을 해둔다.
한편 밀라노의 발렌타인은 밀라노 공작의 딸 실비아와 사랑에 빠져 있다. 실비아는 대단히 강직한 여인이다. 아버지의 명령도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이 되면 거부하고, 돈과 명예로 청혼하는 사람도 올곧지 못한 사람이면 쳐내고 있다. 뒤늦게 밀라노 공국에서 일자리를 얻은 프로테우스는 친구의 애인이 된 실비아에게 혹한다. 여러가지 여건 상 실비아가 자기의 미래에 더 도움이 될 것임을 알고 줄리아를 너무도 쉽게 마음에서 털어낸다.
애인 줄리아를 배신하더니 이젠 친구인 발렌타인과의 우정도 배신하려 한다. 공작에게는 발렌타인에 대해 모략을 하여 밀라노 밖으로 추방토록 하고, 또 실비아에게는 계략을 써서 접근한다. 그러나 실비아는 그런 프로테우스의 성정을 이미 알고 그를 아주 싫어한다. 그러자 강제로라도 그녀를 취하려고 한다.
추방당한 발렌타인은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만토바에서 산적떼에 잡히는데, 오히려 그들의 두목이 되고, 발렌타인을 뒤따라 밀라노에서 야반도주한 실비아는 발렌타인이 머물고 있는 만토바의 숲속에 당도한다. 프로테우스는 그녀가 도망한 것을 알고 그녀를 뒤쫓아 숲으로 오게 되고, 베로나에서 애인을 찾아온 줄리아도 어찌 어찌 그 숲에 당도한다.
그런데 만토바의 산속에 모두 모이게 된 네 남녀의 얽히고 설킨 관계가 너무도 갑작스레 모두 해소가 되어버린다. 발렌타인이 사랑도 우정도 배신한 프로테우스를 힐난하자 그는 갑자기 자기의 잘못을 깨닫고 친구 발렌타인에게 사과를 하고, 변장하고 자기를 찾아온 줄리아도 그제서야 알아보고 자신의 과오를 빈다. 발렌타인은 프로테우스의 사과 한마디에 그의 과오를 모두 용서해 주고, 줄리아 역시 프로테우스의 잘못을 용서해 준다. 그리고 실비아와 발렌타인은 맺어진다.
어찌나 결말이 뜬금없이 갑자기 맺어지는지 개연성이나 당위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겠고, 오히려 너무 갑작스럽게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 황당하기까지 하다. 앞 자락을 지나치게 길게 펼쳐 놓다가 끝자락은 제대로 정리도 안하고 한 칼에 잘라버린 꼴이다. 나에게는 몹시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사진 출처 : en.wikipedi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