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많이 그리는 우리 아이: 뭘 그리고 있는 걸까?
안녕하세요
저는 46개월 클로이 엄마, 교육학 박사, 미국 대학교수로 워킹맘, 외노자 생활을 하고 있는 Dr. Min입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때가 되면 나오는 행동들...
때가 되면 그만하는 행동들이 있잖아요.
이런 것들을 관찰하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그리고 동시에,
아... 이런 단계에서는 어떻게 더 잘 서포트해줘야 되지 하는 고민이 들더라고요.
아이가 어떤 행동의 패턴을 보일 때,
내가 중요한 부분을 놓쳐서
더 발달을 할 수 있는 부분을 못하고
넘어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아 맞다...
옛날에 내가 교대 다닐 때,
그리고 임용고시 공부했을 때,
배웠던 유아 발달 단계 이론들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물론, 디테일이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벌써 그게 15년 전인가 그렇네요…
현재 교육학 박사로 교수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도,
유아 교육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보통 교육과정이나 정책 부분을
초등 교사가 될 대학생들에게 가르치다 보니
유아 교육 부분은 전~~~ 혀
기억이 나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공부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다시 공부하는 과정에서,
나만 공부하지 말고,
알게 된 것을
함께 이 시기의 아이들을 육아하시는 분들과
나누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본 첫 번째 토픽은,
요즘 가장 고민이었던 그런데
시간이 없어서 그냥 넘어가곤 했던
우리 아이 그림 발달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여느 이 시기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세살 클로이는 (46개월)
그림 그리는 걸 굉장히 좋아합니다.
집에서 있는 시간들 중 많은 시간을
그림 그리는 걸 하고 있어요.
종이, 마커, 크레용만 주면
자발적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보통 무슨 놀이를 한다 그러면
항상 저나 아빠가 옆에서 같이 해주기를 바라지만,
유일하게, 그림 그리기 만큼은
혼자서도 합니다.
그래서 종이 주고, 크레용 주고,
“자~그림 그릴까?“하면,
제가 그 시간에 집안일도 잠깐 하고,
이메일 체크라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항상 그림을 다 그리고 나서,
테이프를 달라고 하고, 작품 전시하듯
벽에다가 이쪽저쪽 붙이는 걸 좋아하는데요,
매일 비슷한 형태로 그리더니
어느 날 봤더니, 좀 뭔가 다른 거예요
그리고 비슷한 형태로 그렸다고 하더라도
또 그 사이에 variations 이 조금씩은 있더라고요
그래서 공부를 한번 다시 해봤습니다:
한국말로는 아동의 미적 표현의 발달 단계 이렇게 하는 것 같은데요
이 로웬펠즈라는 분이…
제일 이쪽 미술 교육 분야에서는
아동 발달 단계 이론으로
영향력이 있으신 것 같아요.
이분이 1947년에 발표한 "Creative and Mental Growth"라는 논문에서,
아동의 미적 표현 발달을 6단계로 정의하셨더라고요.
해석 하는 과정에서 5단계로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고 7단계로 좀 더 세분화시킨 분들도 있긴 한데,
저는 6단계로 정의 내린 자료들을 공부해 봤습니다.
많은 미술 교사분들이 참고하시는 이론일 텐데요.
저처럼 프리스쿨러를 양육하고 계시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일단, 클로이 같은 경우도 그림 그리는 행위를
2살 정도부터 즐기기 시작했던것 같고,
3살 넘어가면서부터 활발해졌어요.
좋아하는게 보이고요~
2살부터 데이케어 (어린이집)를 다니기 시작했거든요 아마도 선생님들이 애들 그림 그리라고 하는 시간을 많이 주셔서, 거기서 그림 그리는 기회에 대한 노출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제가 따로 독려하지는 않었었어요.
항상 아이 픽업 하러 가면 남아 있는 애들 그림 그리고 있더라고요.
참, 미국에서는 만 나이로 계산하다 보니, 여기서 나오는 나이는 만 나이임을 말씀드립니다.
로웬펠즈에 의하면 지금 클로이 시기
아이들의 미적 표현 발달 단계는
"Scribble"이라고 정의한다고 해요.
이게 6단계 중 첫 번째 단계에 해당이 되고요,
보통 1세에서 3세 아이의 미술 표현 활동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을 묘사하는 단계입니다.
이 Scribble 시기에 있는 아이들의 그림 활동 특징은 마구잡이로 연결되지 않은 그냥 선이나 원을 그리는 행위예요
직선보다는 곡선을 더 많이 그리고
정확히 닫힌 원은 아니지만 원모양처럼 보이는 곡선의 표현을 많이 하는 단계예요.
한 세 살 정도 돼서 이 단계가 끝나는 부분으로 가면,
그 알 수 없는 형태의 그림에 손가락을 갔다 대면서,
이건 뭐야 이렇게 얘기하기도 해요
이때는 이 그림 그리는 kinesthetic 행위 자체에 만족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시기의 아동들에게는 특별히 뭔가
동기 부여를 고민할 필요 없이,
적절한 미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용품들을 주고,
"자~ 그림 그려볼까?" 하면 아이들은 미술 활동을 자발적으로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하는 경험들을 이용해서, 장난감도 보여주고, 우리 써클 그려볼까?라고 하면 더좋고요,
특히 매일 밤 베드 타임 루틴 때 읽어주시는 책에서 나온 내용이나,
아니면 방금 읽어 주신 책의 내용을 얘기하시면서,
"아 그거 한번 그려볼까?" 하면,
아이들이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그림 그리기를 재밌게 시작할 수 있어요
이때 가장 좋은 미술 재료들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손에 잡히는 느낌이 드는 살짝 뚱뚱한 크레용이나 마커, 그리고 조금 사이즈 작은 하얀 종이나,
저는 또 집 백 야드가 이렇게 콘크리트나 벽돌 같은 물질로 되어 있는데,
거기다가 chalkboard라고 분필 있거든요 아이들이 손에 잡기 편하게 되어 있는 좀 뚱뚱한 분필들
그걸로 많이 그렸어요 비가 오거나 물을 뿌리면 지워집니다.
이 시기에 플레이도우나 찰흙 같은 거 가지고 노는 것도 좋다고 합니다
왜냐면, 이게 손으로 만지고 떼고 형태를 만들고 그러는 거니까
소근육 (Fine motor skill) 이랑 대근육 (Gross motor skill) 발달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때 아주 유아용 안전한 가위 있잖아요
가위로 종이 자르고 모양 만들고 이런 것도 소개하셔도 됩니다.
일단 해보면 아시겠지만, 가위 소개해주고 뭐 자르고 이런 거 시키면
엄청 좋아해요. 즐거워합니다. 그리고 종이를 성공적으로 잘랐을 때
스스로를 굉장히 자랑스러워해요.
어떤 도구를 이용해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기쁨을 또 느끼고,
소근육 발달에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 만약 가위를 잘 잡지 못하고 있으면,
종이를 손으로 떼는 활동을 하라고 가이드해주시면,
또 자기가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간다는 기쁨을
느끼게 해 줄 수 있어요.
두 번째 단계는, 지금 현재 46개월인 우리 아이가 있는 단계인 것 같은데,
Preschematic Stage라고 불리고, 3-4 세 아이들에게 많이 보이는
미적 발달 단계입니다.
이제 이때부터는 자기 주변의 세상의 모양들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고요.
공간 감각이 좀 더 발달됩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그림으로 구체화시키려는 욕구가 더 분명하게 표현이 됩니다.
모양들을 연결하기 시작하고,
자기들이 그린 연결된 하나의 모양 (shapes)에다가 이름을 붙입니다.
이건 엄마야, 이건 아빠야, 이건 별이야, 이건 하트야, 그리고
요즘 보는 TV프로그램에 나오는 캐릭터들, 이건 로보콩이야 이건 포테이토 칩이야
(우리 애는 요즘 코코몽이랑 브레드 이발소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브레드 이발소의 포테이토 칩을 생각하면서 그린 클로이 그림
뭔가 엄청 단순화된 모양인데, 또 제법 비슷한 부분이 있긴 해요
보통 사람이나 로봇까지 그런 캐릭터를 그리려고 하는데
원으로 머리를 표현하고 나머지 바디 부분은 수직의 선으로 표현하고요,
계속 뭔가 새로운 콘셉트들을 찾으려고 하고,
또 그것을 표현하는 어떤 심벌들이 지속적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코코몽의 로보콩을 생각하면서 그린 클로이 그림
자기 자신을 그릴 때는 종이 한가운데 그리려는 경향이 있어요.
왜냐면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인지하고 배우고 있는 시기라서 그래요.
자기가 그린 그림이 어떤 내용이라는 걸 소개하고 싶어 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그렸는지 얘기를 하고요,
"어때 멋지지?" 이러면서 평가받으려고도 합니다.
진지한 비판은 물론 아니고요,
구체적으로 칭찬받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답정너 스타일로...)
그러니까, 이 시기에는 아이들이 표현하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에 대해서
엄청난 격려와 칭찬, 긍정의 에너지를 주시는 게 좋습니다.
어른들의 관점에서 이건 이렇게 그리는 게 아니야 저건 저렇게 그려야 돼 이런 평가는
좋지 않습니다.
결과물보다는 과정을 칭찬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베껴 그리게 한다거나, 본뜨기 하거나, 그림 색칠하기 시키거나 그런 거보다는
그리고 이때, 좀 큰 종이 12*18 인치 종이 같은 거 주시고,
아이가 자발적으로 창의적인 표현을 할 수 있게 격려해 주시는 게 좋습니다.
좀 둥글고 중간 정도 사이즈의 붓이랑, 포스터물감
콜라주 재료나, 찰흙 이런 것들이 이 시기의 아이에 들에게 아주 좋은 미술 재료들이라고 합니다.
날씨 좋은 날은 백 야드에서 물감으로 페인트 하게 하기도 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추상적인 작품이 나올 때가 많아요
좀 더 다양한 미술 재료들을 경험해보게 하고 싶고, 새로운 자극을 주고 싶을 때는, 자주는 아니지만 동네에 어린이 아트 스튜디오를 데리고 갈 때도 있어요. 또래의 친구들이 어떻게 미술 활동 하는지도 볼 수 있고, 또 집에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미술 재료들도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다음으로는 5-6세 아동들에게 나타나는 발달 단계인데요,
유아 발달 단계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는 관계로
이 단계를 마지막으로 소개하겠습니다.
로웬펠즈의 아동 미적 표현 발달 단계 이론의 세 번째 단계는
The Schematic Stage라고 불립니다.
이 단계의 아동들은 두뇌에
어떤 물체는 어떻게 그려야 한다라는
Schema가 발달된 모습을 보입니다.
무슨 소리냐면, 간단히 얘기해서,
이 시기의 아이들은
하늘은 종이의 위에 그려야 되고, 땅은 종이의 아래에 그려야 한다라는
규칙에 대해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고
이미 두뇌에 장착하고 있어요.
또 하늘은 파란색으로 그려야 되고 땅은 땅색으로,
잔디가 많은 미국은 초록색일 수도 있고,
한국은 황토색이나 회색일 수도 있고요.
그런 규칙들이 계속 또 다른 경험이나
자신의 평가 과정에 따라서 변하기도 하는데,
이때의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에 따라
어떤 경험과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직 3세인 클로이에게서 관찰할 수 없는 미술 표현 단계이지만,
이런 발달 단계가 곧 보이겠구나 생각하니
기다려지기도 하고 기대가 됩니다.
클로이는 몬테소리 프리스쿨을 다니고 있는데,
몬테소리 학교에서는 multi-age group system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같은 반에 3살 친구들도 있지만 6살 언니 오빠들도 있어요
어느날 Giana라는 6살 언니가
선물이라고 그림 그려줬다면서 가져온 적이 있어요
그 그림을 보니까 이 시기의 아이들의 특징이 잘 드러나네요
로웬펠즈의 아이들 미적 표현 발달 단계를 다시 공부해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그림 그리는 활동을 격려해 주고,
아이들이 자신의 미적 감각을 발달시키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시해 주는 일 같아요.
뭔가 정해진 틀을 주면서, 이렇게 그리는 거야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자신들이 어떻게 세상을 인지하고 발견해 나가는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시고
칭찬과 격려로 미술 활동을 통해서
소근육, 대근육 사용을 통해 두뇌 발달도 이끌어주시고,
성취감도 느끼고, 자신감도 키우고, 창의력도 길러주시는
역할을 부모님들이 해주시면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