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 전공자의 별 볼일 있는 창업 에세이 #1
부모님은 밤늦게 퇴근하시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초 중학교 시절,
나는 하늘의 별을 보면서 그 외로움을 잊고, 위로를 얻곤 했다.
용돈을 모아 망원경을 사서 산에 올라가 별을 관측 하기도 하고, 더 깊이 있게 천문학을 알고 싶어서 근처 도서관에 있는 천문학 관련 책을 전부 읽었다.
별을 보고 알아가다 보면,현재의 나를 잊고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다. 외로운 현실에서 숨어 버리고,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에 깊게 몰입하다보면 모든 것을 잊고 그 몰입하는 대상과 물아일체가 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정해진 수순처럼 천문학과에 입학했고, 도서관에서 읽은 책 덕분에 공부를 많이 안해도 성적이 잘 나와서 외부 재단의 장학생이 되었다.
이때, 장학생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으로 교육봉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 교육봉사 라는 것이,
표현 못할 정도로 재미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계속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직접 교육봉사 동아리를 만들었다.
어느새, 나의 봉사시간은 500시간을 넘어갔고, 내가 만든 교육 봉사 동아리는 여러 단체로부터 상을 받기 시작했다.
어쩌면... 천문학, 별 말고도 내가 좋아 하고, 잘 하는게 있을 수도 있겠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아니, 해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그것은 이미 오래전에 자취방 바퀴벌레처럼 어딘가 숨어버렸고, 들춰봐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두려운, 그런 것이었다.
그 습하고 어두운 공간에 있는 숨어버린 바퀴벌레는 불현듯 찾아오는 막연한 불안감이었다.
들춰보고 싶지 않지만 들춰내지 않으면 그 불안감은 해결되지 않은 채 계속 그 안에 있을 것이다.
“재민아, 너 근데 봉사를 왜 해?”
문득 친구가 이런 질문을 할 때면
“그냥 봉사시간 필요해서.”라고 성의 없이 대답하곤 했다.
나에게는 천문학이 유일하게 인정받는 ‘잘하는 거’였고 외로움을 벗어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천문학자의 꿈을 갖고 있을 때의 행복감을 안고 대학에 와서 열심히 달려왔는데, 이제는 어쩌면 내가 잘하는 게 더 많고, 더 다양한 곳에서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둘 다 좋아하는 거 아니야? 뭘 고민해?”
이것은 단순히 뭘 좋아하느냐의 개념보다 더 넓은 나는 어떤 사람이냐의 조금은 철학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교육봉사를 하고 있을 때면, 별을 공부하고 관측할 때 느끼던 때와 비슷한 '살아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건 단순히 내가 제공하는 교육을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교육을 통한 성장을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소속감, 교육이라는 긍정적 에너지를 함께 만들기 위한 노력에서 오는 즐거움이었다.
이러한 즐거움이 나를 움직이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불안감을 잊기 위해 항상 바쁘게 생활하면 그것을 이겨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소리와 상상 속에서 이따금씩 떠오른다.
결국에 나는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살고 싶은 것이었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서 느꼈다.
‘아, 나는 사람들과 함께 관계하면서 공통된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비로소 긍정적 에너지가 나오고, 그러면서 성과를 내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그렇다면, 더 이상 나에게 천문학은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하든, 그것을 통해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성장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상관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