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에 닿는 까슬까슬하고 눅눅한 감촉에 눈을 떴다. 모박불은 꺼졌고 비스듬히 얼음땅에 누워 있었다. 한쪽 뺨은 얼음으로 얼어붙었고 다른쪽 뺨은 럭키의 혓바닥이 깊은 잠을 깨우고 있었다. 손으로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털 사이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손가락이 없었다. 동상으로 떨어진 것일까. 손가락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뭉툭한 살덩이가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래도 럭키를 쓰다듬고 땅을 딛고 일어서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한참을 럭키를 쓰다듬었다. 눈보라 속에서 손을 바라보았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짙은 눈보라였다. 털장갑으로 가리고 싶었다. 손이 발작적으로 제멋대로 움직였다. 그 손을 잡고 싶은 손이 말했다.
"나의 일부는 떨어져 나갔지만 나는 당신의 일부라서 행복했습니다. 당신이 쓰다듬었던 모든 이들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손은 그렇게 알 수 없는 말을 끝내고 귀 옆에서 동그랗게 움츠렸다. 언젠가 토끼가 휴지심으로 들려주었던 파도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눈을 감고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손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타닥타닥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손가락이 없어서 손은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발가락이 사라진 발이 몸을 지탱할 수 없듯이 손가락이 없는 손은 자신을 지지할 수 없었다. 손은 비틀비틀 기어서 모닥불로 향했다. 손바닥을 펼쳐서 남은 온기를 흡수했다. 손은 한숨을 쉬고 잿더미로 몸을 던졌다. 연기가 되어 하늘로 날아갔다. 더이상 손가락이 없다고 장갑으로 가릴 필요도 없었고 고단했던 노고를 몰랐던 이들로부터 자유롭게 떠날 수 있었다. 손이 통째로 떨어져 나갔지만 오히려 평온했다. 토끼가 잡았던 엄지손가락은 잿더미 속에서 그을음이 되어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