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모자를 쓴 코끼리

되는대로

by 웃자

손이 떨어져 나갔던 손목에서 손이 새로 돋았다. 새 손을 다른 손으로 만졌다. 엄나무순처럼 부드럽고 고왔다. 붉은 빛이 도는 초록색의 아기손 같았다. 이 손은 부끄러워하지 않았을까. 조금씩 원래의 손처럼 자랐다. 여전히 희고 매끄러웠다. 아무래도 성한 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을린 손을 잿더미에서 꺼내 손목에 붙이고 싶었다. 거칠고 주름진 손이 그리웠다. 손가락이 없어도 상관없었다. 어색하게 성한 손을 남의 것처럼 한참을 바라보았다. 하얀밤이라서 밤낮을 가늠할 수 없었다. 피부에 닿는 눈송이가 점점 사나워졌다. 눈보라가 몰아쳤다. 눈을 파고 작은 굴을 만들었다. 럭키와 함께 굴에 들어갔다. 조용하고 아늑했다.

"찌르르르..."

풀벌레 소리가 들렸다. 한여름의 소리 같았다. 굴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지개 모자를 쓴 코끼리가 기수를 뿌리치고 하늘을 달리고 있었다. 코끼리는 어디로 급히 가는 것일까. 토끼를 보러 가는 것일까.

빙하에서 소리가 들렸다. 거대한 얼음 아래의 어둡고 깊은 곳에서 울리는 희미한 비명 같았다. 빙하가 녹고 있었다. 이제는 배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럭키의 가슴에 하네스를 채웠다. 작은 굴에는 이미 굵은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곳곳에 균열이 생겼다. 끝을 알 수 없는 크레바스가 입을 벌렸다. 저기 아래는 평화로울 것 같았다. 럭키는 뒤를 돌아보고 눈을 찌푸리더니 단숨에 달렸다. 갱웨이를 싣고 닻을 올렸다. 둥둥 떠다니는 빙하 사이를 헤치고 나갔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았다. 어느새 손은 원래대로 거칠어졌다. 손톱이 깨지고 주름이 생겼다. 그 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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