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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웃자 Apr 17. 2024

스물두번째 꿈

꿈에서 아버지를 만나다

어제 퇴근길에 마트에서 엄나무순을 샀다. 아기들이 먹을 과일을 사려고 마트에 갔는데 엄나무순이 보였다. 생전에 아버지는 공장에서 텃밭을 만드셨고 엄나무를 많이 심으셨다. 그렇게 아버지가 엄나무순을 수확해서 데쳐주셨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는데 이제는 봄마다 생각난다. 하지만 아버지가 평생 일구셨던 공장은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되어서 아버지의 엄나무를 보러 갈 수 없다. 


아내가 데쳐준 엄나무순에 맥주 한캔 마셨는데 배탈이 났다. 새벽에 대여섯 번 화장실에 갔다. 그동안 아버지가 꿈에 몇 번 찾아오셨는데 아버지와 싸워서 그런 것일까. 꿈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화나서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비슷한 꿈이 반복되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비난했고 아들은 아버지를 비난했다. 아버지는 친척의 편에서 말했고 아들은 어머니의 편에서 말했다. 회나서 소리를 지르고 주먹을 휘두르며 싸울 정도였다.


이제는 더이상 괘념치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면 고통이 반복되는 것 같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힘드셨지만 아들에게 최선을 다하셨고 감사할 뿐이다. 모두가 지난 일이니까 나쁜 기억은 사라지고 좋은 기억만 남으면 좋겠다. 최근에 아버지는 꿈에서 평소처럼 찾아오셨는데 못난 아들을 이미 용서하신 것 같다. 그동안 괜히 어머니한테도 화났는데 이번주에는 어머니와 장보러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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