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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구슬 Aug 15. 2024

이혼을 하고 브런치작가가 되었습니다.

15. 감사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느 날 야구장에서 맥주를 마시며 경기를 보다가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평범한 직업을 가진 나는 아이가 태어나고 사회에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이제 와서 다시 수능을 치고 의사, 약사에 도전할 수는 없었다.

예전 같으면 그냥 포기했을 나였겠지만 독서와 실패로 만들어진 용기는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게 만들었다.

블로그를 하면서 브런치스토리 플랫폼을 알게 되었고, 내 명함에 작가타이틀을 넣고 싶다는 생각이 아지랑이 피듯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어찌 보면 결혼 실패자로 삶을 마감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에게 결혼 실패는 여태 살아온 내 인생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시켰다.

나는 이혼이라는 한차례 비를 맞았다.

그리고 비로소 브런치에 나를 꺼내 썼다.

나를 일으켜 글을 썼다.

나를 활용해 글을 써 내려갔다.


15개의 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글일 수 있으나 어릴 때 독후감 한번 제대로 써본 적 없는 나에겐 큰 도전이었다.

책 한 권을 쓴다는 건 거대한 명함 한 권을 만드는 것과 같을 수 있겠다.

내 인생이 다 녹여져 들어간 내 글은 곧 나이기 때문이다.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반칠환 시인의 새해 첫 기적 중에서-


모두의 속도는 다르다.

나는 어쩌면 달팽이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두 새해 첫날에 도착했듯이 비로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행운은

내 주위에 구름처럼 둥둥 떠다닌다.

그걸 잡을 수 있는 자는 용기를 내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나는 내 이야기를 풀어보기로 용기 내었다.







구독자 1069명

첫 구독자님이 생기고 과연 내가 100명의 구독자가 생길까? 했던 지난 3월.

어느새 내 글은 1000명이 넘는 분이 구독을 한다.

최근 다른 일로 바빠 글을 발행하지 못했음에도 꾸준히 구독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글쓰기를 중간에 그만둘까 생각하면 어김없이 이름 모를 누군가가 나를 구독했다고 알림이 왔다.

그 알람은 브런치에 글쓰기를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쏙 들어가 버리게 만들었다.


응원하기 기능은 알았지만 누가 나에게 응원금을 보내주실까?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 돈으로 유명한 작가가 쓴 책을 사지 누가 이런 글에 돈을 쓸까? 생각했다.

하지만 첫 글 발행 후 머지않아 응원금을 받았다.

첫 응원금을 받았을 때의 기쁨은 글로 표현하기 힘들다.

도파민이 폭발했다.

단순 돈을 받아서가 아니다.

별 볼 일 없던 내가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이 된 기분이었다.



댓글은 또 말해 뭐 해.

마음 아픈 댓글을 쓰신 분도 계셨지만 따뜻한 위로를 해주신 분들이 더 많았다.

읽을 때마다 힘이 난다.

한분 한분 찾아뵙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댓글이다.




아침에 이 댓글을 읽는데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살면서 이런 극찬은 처음이다.

이혼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면 믿으려나 모르겠다.

하루종일 행복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꺼내먹었던 댓글이다.







요즘 다른 분의 브런치 글을 읽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

작가님들의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많은 위안을 받기도 한다.

그럴 땐 응원금을 마구마구 드리고 싶다.

나를 구독해 주시고 응원금을 주신 분들도 그런 마음이었겠지?

비로소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디서 이런 용기가 생겼는지 모르겠다.

이혼이 인생의 실패는 아니지만 자랑거리는 아니다.

10명이 결혼하면 5~6명이 이혼한다는  통계를 보면서 내 주위, 내 가족의 누군가는 이혼경험이 있다는 뜻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나서 나의 이혼을 말하기는 굉장히 힘들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브런치에 쏟아내고 나니

치유가 되고, 그토록 원했던 작가가 되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단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말만 했을 뿐.

하지만 어느 날 친구가 나에게 물어왔다.

혹시 네가 박구슬 이냐고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니

어떤 걸 검색하다가 브런치 광고글이 나왔고 클릭해서 읽어보니 내 글이라고 확신했다고 다.

물론 이 친구는 내 상황을 잘 알고 있었던 베프다.

얘기를 듣는데 마치 연예인이 된 듯하면서도 다 까발려진 것 같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렇게 된 이상 꾸준히 글을 써보기로 한다.





이혼을 하고 부자가 되었습니다.

이혼을 하고 기초수급자가 되었습니다. 글은 하루에 10만 명이 넘는 분들이 글을 읽었고 라이킷을 눌러주시며 응원도 많이 해주셨다.



나도 내가 쓴 글이 소설이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나는 나처럼 한부모가정이 된 분들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살아가보려 한다.

그리고 이 글들을 브런치북으로 묶어 볼까 한다.






브런치 작가도 되고

완전 럭키구슬이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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