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구슬 Mar 27. 2024

이혼 후 구슬꿰기를 하고 있습니다.

5. 박구슬의 구슬꿰기

내 글이 이렇게나 인기가 있을지 몰랐다.

그저 아무에게나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어디에선가 쏟아내고 싶었는데,

그게 바로 브런치였다.

고맙게도 나에게 작가라는 타이틀을 부여해 줬지만 설마 누가 내 글을 읽을까 싶어서 아무도 의식하지 않고 글을 줄줄 써 내려갔다.

그냥 내 일기장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발행을 했었다.






45만 명이 넘는 분들이 내 글을 읽었다는 걸 확인하곤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봤다.

1,2화를 읽어보니 이 여자 참 대단하다...라고 느껴졌지만 어찌 보면 너무 가엾고, 우울하며, 재미없는 삶을 살 거 같은 사람이 글 속에 녹아 있었다.


하지만,

개그맨 안 하고 왜 여기서 일하고 있어요?

혹은,

가수(얼굴 없는 가수...)를 하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냐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유쾌하고 흥이 많은 사람이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내용 자체가 재미있을 순 없으니 어쩔 수 없지만

다음 이야기는 유쾌한 이야기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 브런치에 이런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는 걸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딱 한 명의 친구에게만 말했는데 왜 네가 박구슬이라며 웃으며 물었다.(이런 남자인 줄 알았으면 결혼 말렸을 거란 말과 함께...)


현생에선 흔하디 흔한 이름으로 살고 있지만 브런치에선 예명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나도 제인이나 릴리 같은 쁜 이름으로 나를 포장하고 싶었다. 그렇게 불리고 싶었다.

그래서 사실 처음엔 제인이라 이름을 적고 아리따운 아가씨 사진으로 해놓았다.

그런데 너무 나와 괴리감이 있어 보였다.

아무리 예명으로 살 수 있는 곳이라지만 이렇게 까지 나를 포장하고 싶진 않았다.







딸은 어느 순간부터 나를 박구슬이라 불렀다.

성이 김이면 김치라는 별명이 생기고, 성이 공이면 공차기라는 별명을 지어주는 초딩들.

바로 이 초등인 딸이 나를 박구슬이란 별명을 지어줬다.

딸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중에 빅구슬이라는 게 있다.

이름 그대로 큰 구슬모양의 아이스크림이었는데 내가 먹어도 달콤하니 맛있었다.

그걸 보더니 내 성씨인 박과 비슷하다며 엄마인 나를 빅구슬, 자기는 스몰구슬이라 불렀다.







구슬,

나는 이혼 후에 구슬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했거늘, 이혼 전에는 구슬을 만들 노력조차도, 조금이나마 있는 구슬을 꿰어 볼 생각조차 못했던 거 같다.

아무 생각 없이 그 남자를 믿고 바보같이 살았다.

뒤통수 맞았지만.


이혼 후 내 수중에 있던 16만 원을 1억으로 만드는 과정은 그야말로 나에게 구슬을 꿰는 것과 같았다.

역행자의 저자 자청은 그의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상위 0.1%가 된다는 건 타고난 재능에 노력이 합쳐져야 가능한 일인데, 운동이나 예술, 공부로 0.1%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상위 20%의 b급 능력들 몇 개만 모으면 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된다. 이렇듯 평범한 사람도 타이탄의 도구들을 모으면 상위 20%의 실력 몇 가지를 합쳐서 0.1%를 이길 수 있는 괴물이 된다.






나는 일단 돈을 더 벌고 싶었다. 벌어야만 했다.

작은 돈이지만 매달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을 지키면서 단돈 10만 원이라도 더 벌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처음에는 유튜브를 봤다.

제일 유익했던 건 김미경의 mkyu였는데, 김미경선생님의 영상은 거의 다 보다시피 했다.

당시 바닥이었던 자존감을 많이 높일 수 있었고, 무엇이든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해 줬다.

책소개도 많이 해주셨고 책의 중요성을 많이 알려주셨는데 그때부터 새벽에 일어나 책 읽기를 시작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루종일 머릿속에서 그 생각이 벗어나지 않았다.


온라인 세상 속에서 나만의 무기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인블유.

인스타, 블로그, 유튜브 중 한 가지는 꼭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중 나는 블로그를 선택했다.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더 잘하고 싶어서 블로그를 공부하는 단톡방에 들어갔는데, 같은 관심사를 가진 분들이 모여있으니 좋은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블로그 정보 외에, 돈이 되는 플랫폼들은 자연히 알 수가 있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카카오에서 운영하던 카카오뷰를 초창기에 알게 되어 운영을 했는데 노출이 잘 되어 광고료를 생각보다 많이 받게 되었다.

또, 예전의 나라면 생각할 수 도 없는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아 스마트스토어를 시작했다.

단톡방에는 출간작가들도 있었는데, 브런치스토리 플랫폼도 소개해주셔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나는 블로그를 통해서 여러 가지 구슬들을 모았다고 생각한다.

5줄도 쓰기 힘들었던 글쓰기를 3년 동안 많이 성장시켰으며 그로 인해 부수입을 만들었고, 도전할 수 있는 힘을 만들었다.

덕분에 지금은 다른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이혼 후 나는 자연스럽게 b급 능력들을 여러 가지 모으고 있었다.








나는 브런치에서 박구슬 작가라고 불리고 싶었다.

처음엔 구슬작가님이라고 날 부르는 댓글을 보고, 너무 어색해서 흠칫 놀랐지만, 기뻤다.

40년이 넘는 삶 속에서 처음 느껴보는 카타르시스였다.

나는 평생 구슬을 꿰며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주위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구슬을 만들어주고 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구슬처럼 동글동글 살고 싶었지만 세상은 허락하지 않았고 덕분에 많은 구슬을 모으게 되었다.

:)


이전 04화 그러니까 이게 유전이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