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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구슬 Mar 15. 2024

남편의 외도와 마주한날

3. 점쟁이 말은 틀렸다.


언니, 나 어제 부산에서 점을 봤는데요.

진짜 용하더라고요.

아니 세상에 우리 삼촌이 돌아가신 것까지 다 맞추더라니까요!


나는 주소를 받아 들고, 황금 같은 휴무날 창원에서 부산까지 차를 끌고 용하다는 그곳에 찾아갔다.

28살 아가씨가 가볼 만한 곳은 아니었다.

신당을 차려놓은 분위기가 으스스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다.



"이 남자랑 결혼을 하고 싶은데, 궁합 좀 보려고요."

이름과 태어난 시를 적은 종이를 내밀었다.



"보자 보자...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

대신에 니가 더 걱정이여!"



네?



"니가 바람을 피운다 이 말이여, 이 남자는 바람피울 걱정 1도 할 거 없고!"



그렇지, 이 남자는 누가 보더라도 바른생활 사나이 었다.

나도 내가 오히려 걱정이었다.







070-000-0000

"여보세요?"

"음... 요즘 남편 잘 들어오나요? 나한테도 계속 거짓말을 하는 것 같고 밤에 잘 안 들어와서요~~"


남편이 최근 집에 잘 들어오지 않은 이유가 이년 때문이었구나.

전화를 해도 받지 않은 이유가 이년 때문이었어.

5살 딸을 마다하고 주말에도 회사일이 바쁘다며 나갔던 이유가 이년 때문이었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회사에서 잠시 나와 전화를 계속 이어갔다.


"내 남편이 집에 잘 들어오든 말든 내가 그걸 왜 그쪽 한테 말해야 하죠?"

"당당하면 핸드폰으로 전화하세요 070 이상한 전화로 하지 말고!"


"내가 니 남편한테 쓴 돈이 얼만데! 그 정도는 말해줄 수 있잖아!"

"오죽했으면 남편이 바람을 다 피우겠어! 니 얼굴 보니 그럴 만도 해 그치?

관리 좀 해라."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을 내가 지금 겪고 있다.

인생 참 스펙타클해!

꿈을 꾸고 있는 건지, 현실인건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은 듯 회사로 돌아가 일에 집중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혹시 이상한 전화 안 받았어?"

"어떤 전화? 니 여자친구한테 서 온 전화?"


오해라고 했다.

친구와 모임에서 몇 번 만났는데, 그 여자가 힘든지 자꾸 자기에게 연락을 해 온다고 했다.

연락을 피하니 나에게 전화를 한 거라고 했다.


개소리도 제발 정성껏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성의 없는 변명에도 나는 넘어가고 싶었다.

내가 지금 안 넘어가면 어떻게 되겠어?

그래 이 남자가 그럴 사람이 아니지. 믿어주자.


한참 변명을 듣고 나는 안방에서 5살 딸과 잠을 자고 남편은 거실에서 잠을 잤다.


다음날 밤 10시,

친정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김서방 아직 안 들어왔나?

엄마... 요즘... 잘 안 들어온다...

어?!!!


일단 끊어봐라.


잠시 후에 엄마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아니 내가 김서방한테 전화하니까 전화를 안 받네! 계속했더니 전화를 돌린다.

수상하다!


사실은... 엄마... 어제 이런 전화가 왔었다.

.....






그 길로 엄마와 아빠는 창원에서 서울까지 바로 달려오셨다.

어떻게 된 일이냐며 남편을 불러다가 자초지종을 물었다.

절대 그런 일 아니라고 안심해도 된다며, 온갖 미사여구를 다 쓰며 우리 부모님을 안심시켰다.


부모님은 그래 한번 믿어본다며 하룻밤 잠도 주무시지 않으시고 다시 창원으로 내려가셨다.



다음날 아침.

안방에서 5살 딸과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그는 벌써 일어나 샤워를 하고 있었다.

핸드폰을 바닥에 둔 채,








연애 10년, 결혼 5년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남편 핸드폰을 검사? 하지 않았다.

100% 믿었고,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혼 전 친구가 만약 결혼해서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어떡하겠냐는 질문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혼할 거라고 대답했던 나였다.

거기엔 우리 오빠는 당연히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었다.

남자친구, 남편의 핸드폰을 보는 여자들이 좀 안타깝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바로 나였다.

그렇게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나?








그날은 아니었다.

폰을 조심스레 들었다.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었다.

계속 아니라고 한다.


똑똑아. 아빠 핸드폰 비밀번호 혹시 알아?

5살 딸은 아주 쉽다며 비밀번호를 눌러댔다.

정확했다.


그년의 이름이 보였다.

" 어제 일은 잘 해결됐어? 부모님들 오셨다며?"

"보고 싶다 자기야~~"






아침이었지만, 내 마음은 어둑한 밤과 같았다.

점쟁이 말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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