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구슬 Mar 04. 2024

이혼을 하고 부자가 되었습니다.

1. 마음만은 부자

서울에서 창원으로 내려오는 아버지 스타렉스 차 안에서 구인사이트를 뒤적거렸다.

서른여섯,

나에겐 이제 남편의 존재는 없고 5살 딸과 남동생, 부모님이 내 가족 전부라고 생각했다.

트럭 2대를 빌려 장거리 이사를 진행했고, 스타렉스 안에는 아이와 내 짐으로 가득 찼다.







이혼은 이혼이고, 당장 먹고살 일이 걱정이었다.

슬픔은 잠시 뒤로 미뤄둬야만 했다.

이사비용을 지불하고 통장에 남은 금액은 16만 원.

24살 첫 직장을 다닐 때보다 돈이 없었다.


여기저기 면접을 보러 다녔지만 내가 원하는 일자리가 많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정말 작은 월급을 받고 한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다.

거기엔 고인물들이 많았고, 자신의 실수에는 관대하고 신입들에게는 아주 야박했다.


서울에서 인정받으며 일했던 내가 이 취급을 받고 일해야 하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항상 눈물 바람이었다.

자존감이 점점 떨어졌다.


5살 딸을 키워야 했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한 달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뒀다.

내가 점점 바보가 되어간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정말 잘 한 선택이었다.

세상은 존버하라고 하지만 그만둘 용기도 필요한 법!








그 후 좋은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되었다.

웃을 일이 없었던 나에게 항상 웃게 만들어준 좋은 동료들이 있어 3년을 버틸 수 있었다.

월급은 200만 원.


고등학교 친구는 당시 집이 3채고, 주식으로 연 30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는 소리를 들었다.

허무했다.

나는 아이 유치원 보내놓고 9시부터 7시까지 매일 근무해서 200만 원을 버는데...

직장도 다니지 않는 네가 주식으로 연 3000만 원을 번다고? 집이 3 채라고?


나는 이제 곧 마흔이 되는데 뭐 하나 이룬 것 없이.

이혼은 했고,

집도 없고,

통장에 여윳돈 하나 없다니.


자괴감이 들었다.

하지만 부러워하면 지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부럽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책과 멀리했던 나는 그때부터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는다는 게 이렇게 가슴 뛰는 일인지 몰랐다.


그 당시 처음으로 읽었던 책이 김미경의 리부트였는데, 무너져 있는 나에게 다시 뭔가를 이룰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게 만들어 주는 책이었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새벽에 책을 읽을 때, 심장이 너무 쿵쾅거 당장 뭐라도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었다.


쉬는 날이면 항상 드러누워 티비만 보던 나는 책 읽기는 물론 유튜브영상을 보며 무너져 있던 자존감을 높였다.






양육비는 입금되지 않았다.

없어서 못주는 건지, 있어도 안 주는 건지,

진짜 힘들 때는 협박도 했다가, 불쌍한 놈이라고 치부도 했다가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연애 당시에도 나랑 코드가 잘 맞는다고 생각은 안 했지만, 돈을 많이 벌어서 결혼을 결심했더랬다.

뭐든 잘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30대 초반, 주식으로 1억을 벌 수 있는 능력과, 고급 외제차, 괜찮은 회사... 모두가 부러워하는 남자친구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그 사람에게 의지를 했었다.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걸 그 사람에게 부탁하면서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줄어갔다.






이혼 후,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었다.

나에겐 잘 키워야 할 딸이 있지 않은가.


내가 지금 당장 이 땅에 빌딩을 세우기는 힘들겠지만,  온라인에서 빌딩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네이버 블로그는 글을 잘 쓰고 사진을 잘 찍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블로그를 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자격증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잘 만 키워놓으면 돈이 된다고 했다.

체험단에 당첨이 되면 맛집에서 공짜로 밥을 먹을 수 있고, 미용실에서 공짜로 파마를 할 수 있으며, 내가 갖고 싶었던 물건들도 받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다가 내 글에 광고가 붙으면 네이버로부터 애드포스트라는 광고비를 매달 받을 수 있고, 협업제안이 오면 원고료를 받고 글을 쓸 수 있다고도 한다.


할까? 말까?

시작해 봐?

이게 뭐라고 몇 달의 고민이 계속 됐다.







블로그 운영 3년 차가 되었다.

한 달에 백만 원이 넘는 체험단을 한 적도 있고, 매달 애드포스트 광고비를 받, 원고료를 받으며 글을 쓰고 있다.


이제는 양육비를 받지 않아도 힘들지 않다.

월급 말고도 매달 부수입이 통장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올해 11월, 청약받은 아파트로 이사예정이고, 통장에는 1억이 있다.


부자가 된 거 같다.

1억 가지고 무슨 부자가 되었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혼 후 이삿짐 비용을 지불하고 남은 금액 16만 원에서

5년 후 1억을 만든 것 가지고 진짜 부자여서 부자가  됐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만들었기 때문에 마음만은 진짜 부자가 된 것이다.

이혼하면 망가질 거 같았던 나는 오히려 결혼생활보다 훨씬 더 진취적으로 바뀌었으며 금전적으로도 더 나은 삶을 살 고 있다.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는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한다.

나는 나와 같은 처지에 있무기력에 빠져 힘든 나날을 지내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뭐라도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책 읽기라도.

블로그라도.







 공사 중인 내 아파트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