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달빛 아래 홀로 눕다.

이별의 파편들을 주우며

by 강희지

바람이 부쩍 차가워졌다. 매정한 바람 앞에 떨어지는 저 낙엽들이 꼭 추락하는 작은 날개들 같다.

달빛조차 부서질 듯 고요한 이 밤, 너는 바람을 타고 내 곁을 떠나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떠나기 직전까지 망설이던 네 눈빛, 마지막까지 나직하게 나를 부르던 그 가느다란 목소리에 괜한 희망을 가지기도 했었다.


"우리 사이에 '영원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어"


굳이 그렇게까지 모질어야 했을까 묻고 싶었지만, 이제야 그 진심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이미 서로의 일부가 되어버린 그 무수한 계절들을 어떻게 지울 수 있을까.


떠나야 함을 알면서도 차마 발을 떼지 못하는 마음, 끝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끝을 실감하지 못하는 그 기나긴 유예의 시간 속에 우리는 여전히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너는, 그렇게 모진 말이라도 내뱉지 않으면 도저히 나를 끊어낼 자신이 없었던 게 아닐까.


나는 너가 떠난 뒤, 꺾여버린 날개로는 다시는 날아오를 수 없을 것 같은 날들의 연속이었다.


네가 아무리 나를 지워내려 모질게 굴어도, 너는 이미 나의 일부가 되어버렸기에 이별을 받아들이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오늘도 부서진 달빛 아래 누워, 내 안에서 여전히 요동치는 너의 진심을 가만히 읽어본다.



파편이 되어 내려앉은 달빛 아래, 수습하지 못한 이별의 감정을 하나하나 매만져본다.

받아들이기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미 끝나버린 사랑을 부정하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