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채비를 마친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때 우리는 일렁이는 하늘 아래서 그 선율을 따라 함께 걸었다.
큰 불빛이 비추는 길은 늘 따뜻했고, 희미한 빛을 길잡이 삼아 돌아오던 우리만의 집은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안식처였다.
침묵마저 평안으로 느껴지던 그 시절엔 밤이 무서운 줄 몰랐는데. 이제 밤은 끝도 없이 길어지고,
그 불빛은 영원히 켜지지 않을 것 같은 절망이 나를 덮친다.
설렘 대신 떨림이 섞인 목소리로 네 이름을 불러봐도,
돌아오는 건 가슴을 차갑게 식히는 단조로운 메아리뿐이다.
차라리 비라도 오면 좋을 텐데...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을 보며 기대를 버렸다.
싸워볼 기회조차 주지 않고 먹구름을 삼켜버린 저 무심한 하늘이 꼭 내 슬픔을 조롱하는 것 같다.
다채롭게 채워가던 우리라는 캔버스 위로 이제는 검은 잉크가 번져만 간다.
갑자기 찾아온 이별 앞에 숱한 추억을 펼쳐놓으며 널 붙잡으려 애썼지만,
그건 오히려 내 불안한 마음만 더 안달 나게 할 뿐이었다.
너는 이제 나 없는 여행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떠날 채비를 한다.
질척이는 비라도 내려, 너가 차마 가볍게 떠나지 못할 핑계가 되어주길 바랬다.
사랑이 떠난 남겨진 것은, 야속할 정도로 맑은 현실뿐임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