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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서희 Jun 29. 2024

새에게도 오감이 있대요 6

- 책으로 만나는 새 이야기 18

새에게도 오감이 있대요 6

- 책으로 만나는 새 이야기 18


글 서서희

참고한 책 <새의 감각> 팀 버케드


<새의 정서


1. 강화도에서 본 풍경

- 22년 1월 강화도로 출사를 나갔다. 독수리와 흰꼬리수리, 까치, 까마귀들이 모여있는 곳에 쇠기러기 한 마리가 뒤돌아 서있었다. 맹금류 앞에는 죽은 쇠기러기가 있었고. 먹이를 앞에 두고 있는 맹금류들은 달아나지 않는 쇠기러기가 불편한 듯 까치가 날아와 가라고 쫓는 듯했고, 까마귀가 날아와 위협하는 듯했지만 쇠기러기는 그 자리를 지켰다. 쇠기러기가 왜 도망치지 않는지 의아해했지만 아마도 부부간이거나 부모 자식인가 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이 책을 보면서 이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2. 지은이가 캐나다 누나부트의 콘월리스 섬에 있는 레절루트를 갔는데 그곳은 현지 이누이트족이 새를 사격 연습의 표적으로 쓰는 잔인한 풍습이 있는 곳이다. 6월 중순 봄눈이 녹는 시기에 얼어붙은 웅덩이 옆에서 총에 맞아 죽은 흑기러기와 그 옆에 서 있는 짝인 듯한 흑기러기가 있었고, 일주일 뒤에 갔을 때도 한 마리는 산 채로 한 마리는 죽은 채로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얼마나 오랫동안 지켰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3. 다윈의 통찰

- 찰스 다윈은 조류와 포유류 같은 동물이 정서를 경험한다고 믿었으며, 새소리가 정서의 표현이라고 생각했고, 

- 우리는 새가 여러 상황에서 내는 소리의 특징을 구별할 있다. 공격적일 때는 거센소리를, 짝을 바라볼 때는 부드러운 소리를, 포식자에게 잡혔을 때는 구슬픈 소리를 낸다.

- 새가 새끼와 상호작용을 주고받을 때는 곧잘 정서가 고조된다. 어미새는 새끼를 돌보고 먹이고 깃 다듬기를 하고 똥을 치우고 포식자로부터 지킨다. 땅에 둥지를 트는 새들이 부상입은 척 연기하는 것은 어미가 새끼를 보호하는 극적인 예다. 어미 새는 사람을 만나면 한쪽 날개를 땅에 끌며 부상당한 시늉을 하여 포식자를 연약한 새끼에게서 멀리 떼어놓는다.

- 어미 새가 새끼를 보호하는 광경을 보거나 새끼오리가 어미를 따라다니고 위험할 때 어미에게 달려가는 것을 보면 어미와 새끼는 정서적 유대 관계로 연결된 것처럼 보인다. 유대 관계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단 이것이 정서적인지는 확실치 않다.

- 북아메리카의 연구자들은 행동을 연구할 때 완고한 심리학적 접근법을 채택하였는데, 행동주의자들의 논리는 동물이 고통에 반응하고 보상을 바랄 수 있다는 사실에 바탕을 두었다. 

오늘날 동물 행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행동주의자의 접근법이 너무 인위적이라며 무시하지만, 행동주의는 동물의 인지 능력에 대해 많은 것을 밝혀냈는데, 이를테면 비둘기는 시각 영상을 기억하고 분류하는 능력이 사람 못지않다고 한다.

- 유럽의 연구자들은 행동을 연구할 때 자연주의적인 접근법을 취하여 동물을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연구함으로써 '동물행동학'이라는 분야를 창조했는데, 이 시기에 밝혀진 유명한 예로는 새끼 재갈매기가 어미의 부리에 있는 붉은 점을 쪼아 먹이를 토해 내도록 자극한다는 것을 들 수 있다.

- 어떤 연구자들은 조류와 포유류가 우리와 같은 범위의 정서를 경험한다고 믿는다. 더 보수적인 연구자들은 인간만이 의식을 경험하며 따라서 인간만이 정서를 경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직 새의 감정은 어려운 연구 주제다. 하지만 그 결실은 매우 풍성할 것으로 믿는다.


4. 스트레스와 새의 행동

- 평소 바다오리는 공동 육아를 한다. 그런데 2007년 바다오리의 먹이인 까나리의 개체수가 부쩍 줄었는데 어른 바다오리가 새끼를 내버려 둔 채 먹이를 찾아 떠나니 이웃 바다오리들이 홀로 남은 새끼를 감싸고 보호하기는커녕 공격을 가했다고 한다. 전례 없는 이 반사회적 행동은 심각한 먹이 부족으로 인한 만성적 스트레스의 직접적 결과인 듯하다. 이후에 먹이 상황이 호전되자 다시금 정상적인 우호적 행동을 했다고 한다. 

- 큰흙집새도 먹이가 부족할 때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 야생 상태에서 사로잡힌 박새에게 북부애기금눈올빼미와 되새를 각각 보여주었더니, 북부애기금눈올빼미를 보았을 때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이 급증했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새와 그 밖의 동물이 '두려움'을 경험한다고 추측할 수는 있지만, 야생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훨씬 작아서 동물이 포획 상태에서보다 훨씬 빨리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 


5. 새도 통증을 느낄까?

- 프라이팬에 손을 얹었다고 상상해 볼 때 1단계는 '무의식 반사'라고 하겠고, 2단계는 손에서 신경을 거쳐 뇌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 정보를 처리하여 통증의 감각이나 감정을 만들어내는 의식적 통증이라고 하겠다. 새에게도 이러한 무의식적 통증 반사가 있다고 느껴진다.

- 닭 연구에서는 새도 통증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꽤 확실한 증거를 얻을 수 있다. 비좁은 양계장에서 키우는 닭은 서로 깃털을 쪼거나 이따금 잡아먹기도 하는데, 양계 업계에서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부리 끝을 잘라낸다. 어린 닭은 부리를 절단했을 때 어른 닭보다 통증을 덜 경험하고 더 일찍 회복하는 것으로 보이나 늙은 닭은 더 심한 통증을 경험하는 듯했으며, 부리 절단 시술을 받고 56주가 지났는데도 부리를 쓰려 들지 않았다. 


6. 새들의 유대 관계

-요즘 신경생물학자들은 인간의 사랑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MRI 스캔 기술을 이용하면 사람의 뇌 속을 그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보면 뇌의 시상하부 부위에서 신경호르몬이라는 성분이 분비되고, 사랑에 빠지면 세로토닌이라는 신경호르몬 수치가 강박장애 환자와 비슷한 정도까지 떨어지며, 또 다른 신경호르몬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증가한다고 한다.

- 이러한 결과는 포유류 프레리들쥐에게서도 관찰되었는데, 프레리들쥐가 교미하는 동안 뇌에서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분비되어 금실을 촉진하고 강화하는데, 옥시토신은 암컷에게서 작용하고 바소프레신은 수컷에게서 작용한다. 하지만 두 화학 물질을 인위적으로 차단하면 암수가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 새에게서도 비슷한 과정이 일어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가 계속 진행 중이다. 

- 정서가 유대 관계에 관여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이 추측할 수 있다. 새가 하는 행동의 상당수가 사회적 관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이는 배우자와의 사회적 관계일 수도 있고(협력적 번식을 하는 종에서는) 집단 내 다른 구성원과의 사회적 관계일 수도 있다. 인사 의식, 일부 발성 과시 행위, 또한 앞에서 본 상대방 깃 다듬기가 이에 해당한다. 

- 기러기는 일반적으로 해로하고 가족애가 돈독하며 장수한다. 짝과 일시적으로 헤어졌으면, 다시 만났을 때 일반적으로 인사 과시, 또는 인사 '의식'을 행한다. 장수하는 새들에게는 이런 과시 행위가 널리 퍼져 있으며, 펭귄이나 개니트, 바다오리처럼 겨우내 떨어져 있다 재회한 경우는 특히 오랫동안 회포를 푼다. 놀랍게도 인사 과시의 길이와 세기는 두 마리가 떨어져 지낸 기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 개니트를 연구한 사람들이 말하기를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1-2분 만에 인사 과시가 끝나지만, 무려 다섯 주의 이별 끝에 재회한 경우 17분 동안이나 격렬한 인사 의식을 벌였다고 한다. 사람들이 오래 떨어져 있다 만났을수록 입맞춤이나 포옹 같은 인사 의식을 공들여 하는 것을 보면, 새들도 재회 시에 비슷한 기쁨의 정서를 경험한다고 가정할 수 있겠다. 

- 멋쟁이를 비롯한 많은 종은 울창한 수풀에서 짝이 먹이를 찾을 때 끊임없이 안부 울음소리를 내어 서로 안부를 확인한다.

- 때까치, 울새, 굴뚝새를 비롯한 다른 종은 짝을 이루는 암수가 교대로 노래하는 교창을 하는데 이런 이중창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세력권 방어를 위한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 6-8마리가량으로 이루어진 오스트레일리아까치 무리 전체가 덤불이나 울타리 주위에 서서 구성진 가락으로 노래하는데 까치의 합창을 연구한 엘리 브라운은 가치의 합창이 군가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세력권을 유지하고 방어하는 데 필요한 집단의 결속력을 형성하고 강화한다는 것이다. 

- 대부분의 협력적 번식자, 많은 바닷새, 소형 핀치는 상대방 깃 다듬기에 오랜 시간을 들인다. 영장류는 상대방 깃 다듬기에 해당하는 상대방 털 고르기를 하면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상대방의 긴장이 풀린다고 한다. 새들에게 상대방 깃 다듬기도 이와 같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 저자는 새가 정서를 경험할 수 있다는 쪽이지만, 새가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정서를 경험하는지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맹금류들이 있지만, 죽어있는 쇠기러기를 두고 떠나지 못하는 다른 쇠기러기
두루미 두 마리가 짝을 이뤄 '과시 행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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