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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서희 Jul 04. 2024

새에게도 오감이 있대요 7(완결)

- 책으로 만나는 새 이야기 19

새에게도 오감이 있대요 7

- 책으로 만나는 새 이야기 19


글 서서희

참고한 책 <새의 감각> 팀 버케드


<새의 미각


1. 새에게도 미각이 있다

- 아마추어 애조가 존 위어는 새에게 먹일 털애벌레를 가지고 새장에 갔더니 보호색을 하고 있는 애벌레는 잽싸게 먹어치우는 반면 밝은 색깔의 애벌레는 내버려 두고 맛이 없다고 이미 알려진 잡나방 털애벌레를 가져다주니 입질하는가 싶더니 당장 뱉어내고 놀란 듯 고개를 내젓고 부리를 닦는 것을 보고 새에게 미각이 있다는 증거를 처음으로 목격했다.

- 새는 미각과 시각을 이용하여 먹잇감의 겉모습을 맛과 연관시키는 것이 분명하다.


2. 새의 맛봉오리

- 1974년 베르크하우트는 오리 머리의 얇은 2차원 절편으로 3차원 영상을 구성하는 작업에 참여하여 감독하다가 오리의 부리 끄트머리에서 달걀 모양의 기묘한 세포 군체가 부리 끝 안쪽에 있는 구멍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고 이것이 '맛봉오리임을 알아차렸다. 새의 맛봉오리에 대한 모든 선행 연구에서는 혀나 입 뒤쪽에만 맛봉오리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으로 부리의 끝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 몇 해 동안 베르크하우트는 청둥오리의 입을 현미경으로 꼼꼼히 관찰하여 위아래 턱에 맛봉오리가 총 400개가량 있으며 앞선 연구에서와 달리 혀 자체에는 하나도 없음을 밝혀냈다. 맛봉오리는 다섯 개의 덩어리로 되어 있었는데 네 개는 위턱에, 한 개는 아래턱에 있었다. 


3. 사람과는 다른 맛감각

- 박사 과정의 연구에서 중요한 점은 자신의 연구 주제에 대해 앞서 발표된 문헌을 숙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어에 능통한 헤르만 베르크하우트는 20세기 첫 10년에 발표된 일련의 논문을 미각 연구자들이 완전히 무시했음을 알고 깜짝 놀랐다. 첫 번째 미지의 논문을 쓴 동독 체르노비츠 대학의 오이겐 보테차트는 1904년에 어린 참새의 혀에서 맛봉오리를 발견했고, 두 번째 논문의 저자는 베를린 대학의 볼프강 바트로, 1906년 새에게 맛봉오리가 있음을 입증했으며, 더 중요하게는 보테차트 말마따나 맛봉오리가 혀에 국한되지 않음을 밝혀냈다.

- 베르크하우트는 맛봉오리를 찾고 헤아리는 새롭고 효율적인 방법을 써서 오리의 입에 맛봉오리가 어떻게 분포하는지 조사했다. 대다수 새의 맛봉오리는 혀뿌리, 입천장, 목 뒤쪽에 있다. 맛을 지각하려면 침이 꼭 있어야 하므로, 많은 맛봉오리가 침샘 입구 근처에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 과학자 베른하르트 렌슈와 애조가 루돌프 노인치히는 1920년대에 새가 맛을 구별하는 능력을 조사했는데 이 연구에서는 새의 맛봉오리 개수가 비교적 적은데도 우리와 같은 맛 범주인 짠맛, 신맛, 쓴맛, 단맛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벌새가 꽃꿀의 당 함량 차이를 감지하고, 열매 먹는 새가 익은 열매와 덜 익은 열매를 (당 함량을 바탕으로) 구별할 수 있고, 도요 같은 섭금류가 젖은 모래에서 벌레를 맛으로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더불어 새는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캣사이신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 조류의 미각을 주제로 1986년에 주요 학술지에 출간된 한 논문에서는 이렇게 결론 내렸다. "새가 인간의 감각 세계에서 산다는 통념 때문에, 새의 미각을 연구하는 데 애로 사항이 있었다."라고.

- 1989년 시카고 대학 박사 과정 대학원생 잭 덤배커는 세계 최초로 맛이 고약한 새를 찾아냈다. 두건피토휘라는 새였는데, 두건피토휘는 냄새가 고약하고 깃털을 하나 뽑아 맛보았는데 깃털에는 대단히 불쾌한 무언가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4. 색깔과 맛

- 덤배커는 이 새들의 깃털에 어떤 독이 있는지 알고 싶었고 남아메리카 독개구리가 생산하는 독소인 바트라코톡신을 연구하고 있는 미국 국립보건원의 약리학자 존 데일리의 도움으로 뉴기니의 새에게 들어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 두건피토휘의 깃털과 피부에 있는 독소는 먹이에서 온 것으로 독이 있는 동물인 의병벌레를 잡아먹어서 생긴 것으로 다른 것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덤배커는 동료들과 연구를 계속하여 두건피토휘, 붉은피토휘, 검은피토휘, 오색피토휘, 푸른머리이프리트 등의 뉴기니 새들에게서 지금까지 다섯 가지 독소를 발견했는데, 이 독소의 종류는 모두 같았으며 곧잘 톡 쏘는 듯 고약한 냄새가 났다. 독소는 처음에는 깃털을 갉아먹는 이를 쫓으려고 진화했다가 나중에야 큰 포식자를 막으려고 발달했을 것으로 짐작했다. 

- 그리고 이 독소는 둥지를 틀 때 가장 효과가 큰 듯한데, 방어 수단이 없는 둥지나 자신을 포식자에게서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짐작했다. 

- 존 제임스 오듀본은 고양이 일곱 마리가 캐롤라이나쇠앵무를 잡아먹고서 죽었다고 언급했다. 이 새들은 독초로 알려진 도꼬마리 씨앗을 먹어서 독소가 생겼을 것이다.

- 콜럼버스 이전에 아즈텍의 생물상을 기록한 피렌체 사본에서는 붉은휘파람새를 '먹을 수 없는 것'으로 분류했는데 덤배커의 발견을 계기로 연구자들은 붉은휘파람새의 깃털에 알칼로이드가 들어 있음을 밝혀냈다.

- 뉴기니의 역겹지만 화려한 새들은, 다윈과 윌리스가 관찰한바 화려한 색깔을 경고색으로 쓰는 -"먹지 말. 맛없어"-텔애벌레와 닮았다. 잭 덤배커의 발견에서 확실히 알 수 있듯, 새도 맛이 역할 수 있으며 그런 새는 깃털이 화려하다. 

- 1941년 케임브리지 대학의 동물학자 휴 콧은 호아친, 콩새, 후투티, 유럽참새 같은 다양한 종의 맛을 평가하고 결론내기를 멧도요, 들꿩, 비둘기처럼 정말로 맛있는 새는 칙칙한 색깔이나 보호색을 한 반면에 맛없는 종은 색깔이 화려하거나 경고색을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콧의 연구에는 허점이 많다. 사람의 감각이 새의 감각을 판단하는 데 반드시 알맞은 기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 이 장을 마무리하면서 새에게 정말로 미각이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고자 한다. 새의 미각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새에게 미각이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청둥오리(위아래 턱에 맛봉오리가 400개나 있다고 한다.)
멧도요(칙칙한 색깔이나 보호색을 한 새는 맛있는 새라고 한다.)
들꿩(역시 칙칙한 색깔이나 보호색을 한 들꿩)
비둘기(맛있는 새라고 알려진 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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