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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서희 Jul 21. 2024

전쟁을 겪은 어린이들의 이야기

-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

전쟁을 겪은 어린이들의 이야기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


사진, 글 서서희


얼마 전부터 <동화로 만나는 전쟁과 평화>라는 강의를 듣고 있다. 거기에서 세계 전쟁을 소재로 한 여러 동화들을 알게 되었다. 특히 2차 세계대전을 다룬「히틀러의 딸」(재키 프렌치)이 무척 인상 깊었다. 전쟁을 어떻게 동화로 다룰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동화로 전쟁 이야기를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유럽의 이야기를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어린아이들의 입으로 '히틀러'를 말할 수 있다는 상상력은 나로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6. 25 전쟁 때 노근리 학살 사건을 다룬 「노근리 그 해 여름」(김정희)은 너무나 사실적인 내용이라 읽어내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내가 알지 못했던 역사를 알게 되어 좋았다. 다만 동화로서 아이들이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다. 

베트남 전쟁을 다룬 동화를 지나 지난주에는 보스니아 내전을 다룬 「터널」(장경선)을 읽었다. 보스니아는 정식 국가 명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이고 '사라예보'가 이 나라의 수도이다. 보스니아 내전은 종교(보스니아계, 세르비아계, 크로아티아계)로 인해 일어난 전쟁으로 1425일 동안 사라예보가 포위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죽음에 대한 공포, 굶주림, 멀리서 죽음을 무릅쓰고 물을 길어와야 하는 고통, 인종청소를 이유로 여자들에게 자행된 성폭력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모르고 있던 내용이었다) 「터널」은 그런 와중에도 지하에 터널을 뚫어 생필품을 나르는 상황(사람이 죽어가는 그 속에서도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또 하나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을 표현한 동화이다. 공부를 하는 중에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이 보스니아 내전을 다룬 기획전시가 있다고 하여 다녀왔다. 동화를 공부하면서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그 당시 전쟁을 겪은 아이들이 쓰고 말한 내용을 전시하고 있었다. 

보스니아는 전쟁 당시 어린이들이 겪은 이야기를 모아「War Child Museum」을 세웠다고 한다. 이번 기획전시는 그곳에서 일부를 가져와서 전시하고 있다. 

전쟁 전에 아빠가 만들어 준 그네를 제대로 타지 못하고 피난처인 지하실에 보관했다가 전쟁을 겪지 않은 내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으로 박물관에 기증한 이야기, 예술가인 형이 저격수가 쏜 탄환에 맞아 죽을 때 책상에 놓여있던 미완성 예술작품, 죽음을 무릅쓰고 멀리서 길어오기 위해 당시 사용한 물통, 전쟁 중 성폭행으로 태어난 아이가 '나는 악마의 자식이 아니라 내 엄마의 자식'이라고 울부짖고 있는 사진 한 장, 얼마나 사과를 먹고 싶었는지 밀랍으로 만든 사과 모양 연필깎이를 사과인 줄 알고 깨물었다는 이야기 등 그 당시에 남아있는 물건과 증언을 통해 전쟁의 참혹상을 나타내고 있다. 

모든 문학작품은 현실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동화도 현실과 동떨어진 아름다운 이야기만 쓸 수는 없다. 힘들어도 아이들이 겪어야 하는 모든 아픈 일들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쟁, 차별, 가난 등...

마지막에 그네 모형과 함께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여러분이 그네를 밀면 그네는 운동에너지를 받고, 그네가 가장 높은 지점에 도달했을 때 운동에너지는 위치에너지로 바뀝니다. 이 두 가지 에너지의 합은 일정합니다. 이론적으로, 그네에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그네는 무한히 움직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전시장을 나가지만, 이 그네는 어린 시절 전쟁을 겪은 뒤에도 삶이 계속되듯 흔들림이 지속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삶은 우리 그리고 나의 경험보다 오래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후덥지근한 날씨만큼이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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