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길 위의 인문학 수업을 들었다. <그림책 × 예술사 - 그림책 한 뼘 깊이 읽기> 그림책에 관한 수업이니 쉽게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서양미술사를 먼저 배우고 그림책이 어떤 배경하에 나왔는지, 그림책을 그린 화가가 어느 시대 어느 화파의 작품 경향과 비슷한지 등에 관한 강의로 너무 어려웠다.
유명한 그림책 화가의 이름도 처음 알게 되었다. 모리스 샌닥, 존 버닝햄, 토미 웅거러, 앤서니 브라운, 에릭 칼, 론 브룩스, 거기에 오마주에 등장하는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과 우리나라에서 안데르센상을 받은 이수지 작가까지...
1. <앤서니 브라운 나의 상상 미술관>을 읽고, 앤서니 브라운이 <미술관에 간 윌리>를 만들게 된 사연을 발표합니다.
2. <미술관에 간 윌리> 중에서 비너스의 탄생, 그랑자트 섬의 오후, 이삭 줍기, 일요일의 이른 아침을 보고 각각 원그림이 속한 화파, 그리고 원그림이 전하는 이야기와 앤서니 브라운 그림이 전하는 이야기를 발표합니다.
3. <미술관에 간 윌리> 중에서 터키 목욕탕, 아담의 창조, 모나리자, 화실의 화가를 보고 각각 원그림이 속한 화파, 그리고 원그림이 전하는 이야기와 앤서니 브라운 그림이 전하는 이야기를 발표합니다.
4. <미술관에 간 윌리> 중에서 아르놀피니의 약혼, 원숭이와 함께 있는 자화상, 성 조지와 용, 바벨탑을 보고 각각 원그림이 속한 화파, 그리고 원그림이 전하는 이야기와 앤서니 브라운 그림이 전하는 이야기를 발표합니다.
5. 앤서니 브라운과 이수지의 <거울 속으로>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두 그림책 작가에게 영향을 끼친 초현실주의 화가의 작품을 찾아봅니다.
(팀당 발표 시간은 5분 내외입니다.)
5개의 팀, 팀당 5명이 배정되어 있는데 5분을 발표하기 위해 일주일 내내 준비해야 했다. 우리 조는 1번을 하기로 했는데 가장 쉬울 줄 알았던 1번은 <앤서니 브라운 나의 상상 미술관>이라는 240쪽에 달하는 240*280mm의 방대한 책을 읽고 답을 찾아내는 문제였다. 일주일 내내 조원 모두 고생했지만 고생한 보람은 있었다.
다음은 마지막 수업에 대한 감상문을 적은 내용이다.
"오늘 수업은 현대미술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에 대해서였다. 구상 위주의 그림에서 추상성, 개념미술 등으로 변화한 것에 대한 내용으로 과거에는 그림만 그렸다면 이제는 그림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느냐의 흐름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과제로는 다섯 권의 그림책이 주어졌다. <미술관에 간 윌리> <앤서니 브라운 나의 상상 미술관> <이수지의 그림책> <앤서니 브라운의 거울 속으로> <이수지의 거울 속으로>
다섯 권의 책을 모두 빌렸다. <앤서니 브라운 나의 상상 미술관>과 <이수지의 그림책>은 둘 다 두꺼운 책인데도 자신이 그린 그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더 흥미롭게 읽은 것 같다.
앤서니 브라운은 명화들을 바꿔 그리면서 본인은 오마주-작가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싶었지만 저작권 문제에 걸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앤서니 브라운 나의 상상 미술관>에서 그림책을 만들게 된 계기와 그림책에서 나타내고자 했던 것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읽고는 그림책을 다시 보기도 했다.(앤서니 브라운의 <헨젤과 그레텔>을)
특히 같은 제목으로 두 작가 모두 처음 발표했다는 <앤서니 브라운의 거울 속으로>와 <이수지의 거울 속으로>는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저명한 안데르센상을 받은 두 작가가 자신의 그림책을 설명하고 있어서 더 무게감이 느껴졌다.
앤서니 브라운이야 워낙 유명한 작가지만 이번에 이수지라는 작가에 대해 알게 되어서 영광이었다.(한국인으로서) <거울 속으로> <파도야 놀자> <그림자놀이>를 만들게 된 동기와 과정에 대한 설명, 책과 책을 나누는 분할 면까지 생각하고 그림을 그렸다는 것, <거울 속으로는 세로로 길게, <파도야 놀자>는 가로로 길게, <그림자놀이>는 위아래로 그림을 나눠 배치했다는 점 등...
이 글을 읽으면서 그림책에 대한 시각이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이수지 작가의 <여름이 온다>를 다시 읽게 되었다. 안데르센상을 받았다고 해서 한 달 전에 읽었는데 그림책이 어렵다는 인상만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읽으니 글이 없어도 그림책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음악도 이야기도 율동도...
그림책은 글이 중요하고 그림은 부수적일 거라는 생각을 완전히 깨게 만든 시간이었다. 글이 없는 그림만으로 이루어진 그림책, 글이 없어도 그림이 많은 이야기를 한다는 걸 알게 된 이번 <그림책 × 예술사 - 그림책 한 뼘 깊이 읽기> 강의가 너무 좋았다.
이 강의를 진행해 주신 두 분 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이수지 작가님께도 존경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