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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건 Jan 01. 2024

[오늘의 밥상 #2] 삶은 감자


2024년 새해의 첫 식사로 선택한 메뉴는 삶은 감자다. 큼지막한 감자 두 알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식탁 위에 올려놓고 사진을 한 장 찍어본다. 새해의 첫 끼 치고는 뭔가 소박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든다. 같이 먹을 게 뭐 없나 찾아보다 어제 사놓은 생강 식혜와 일회용 케첩을 꺼내어 곁에 놓는다. 따뜻하면서도 포슬한 감자는 꽤나 맛있다. 


사실 2023년의 마지막 식사도 삶은 감자 (그리고 양배추 샐러드)였다. 그 이유는 연휴를 맞아 또 약간 고장이 나버린 내 '위' 때문이었다. 지난주에 있었던 업무 스트레스 때문인지, 오랜만에 친구와 한 잔 곁들인 쏘맥 한 잔 때문인지 내 위는 또 탈이나 버렸다. 워낙 자주 말썽을 부리는 놈이라 이제는 그 이유를 물으려 하지 않고 해결법을 빠르게 찾아 나서는 편이다. 속이 좋지 않은 채로 집 안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으면 더욱 상황이 좋지 않을 것 같아 헬스장에서 가볍게 운동을 하다 지난번 한의원에 들렸을 때 한의사 선생님이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속이 좋지 않을 때 마냥 굶기만 하는 것은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위산 때문에 좋지 않으니까 속이 편할만한 음식으로 가볍게 식사를 하세요. 감자도 좋아요. 위에 염증이 있을 때 좋거든요.". 운동이 끝난 후 곧장 감자를 사러 마트로 향했다. 다른 요리의 부재료로 감자를 사 본 적은 있어도 단순히 삶은 감자를 만들기 위해 감자를 사본 적은 처음이다. 커다란 감자가 6~7알 들어 있는 감자 한 봉과 양배추를 샀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바로 시작된 감자 삶기. 감자를 깨끗이 씻어서 소금 두 꼬집 정도를 넣은 물에 25분 정도 팔팔 끓였다. 갓 쪄낸 감자를 후후 불어 먹으니 꽤나 맛있다. 위에 좋다는 말을 듣고는 편의점에서 파는 삶은 감자를 사 먹어본 적이 있는데 그 맛과는 비교가 안된다. 아 감자가 이렇게 맛있는 거였구나.


아무튼 2023년은 속 썩을 일 참 많은 한 해였다. '속 썩는다'는 표현답게 스트레스를 감내하는 건 고스란히 나와 나의 '위'의 몫이었다. 위장약과 각종 민간요법으로 나의 위를 달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2023년을 떠나보내면서, 새해를 맞이하며 처음 먹은 삶은 감자는 한 해 동안 고생한, 그리고 또 고생할 내 위를 위한 작은 감사 인사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2024년, 부디 여러모로 속 편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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