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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건 Jan 30. 2023

이 햄버거 가게가 잘됐으면 좋겠어요!

며칠 전 집 앞에 있는 작은 햄버거 가게에 방문했다. 작년 봄인가 아니면 여름이었던가 아무튼 그때 즈음 오픈한 곳인데 가보자 가보자 말만 하다가 이제야 방문해 보게 되었다.


길을 걷다 이 가게를 처음 보았을 때 왠지 모르게 ‘젊은 사장님이 호기롭게 오픈했을 것 같은 가게’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수제버거라는 메뉴부터 미국느낌이 나는 내외부 인테리어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선 나를 반겨주었던 것은 내가 상상했던 2~30대의 사장님이 아닌 5~60대 정도로 보이는 부부였다.


"수제버거라는 메뉴와 인테리어 만으로 젊은 사장님일 것이라 추측하다니.. 나도 참 편견이 심하네."라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 점심시간이 약간 지난 가게 안에는 여자친구와 나를 제외한 다른 손님들은 보이지 않았다.


"손님이 왜 이리 없지.. 버거가 별로 맛이 없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남자 사장님이 “이거 한 번 맛보세요.”라며 작은 그릇에 고구마칩을 가져다주셨다. 척 봐도 대량 생산되는 제품이 아닌 직접 요리하신 것으로 보이는 고구마칩은 짭조름한 것이 꽤나 맛있었다. 그때부터 기대감이 살짝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픈된 키친 안에서 여자 사장님이 열심히 조리한 두 종류의 버거는 곧 우리 앞에 등장했다.


누군가 그랬다 버거는 패티가 생명이라고. 그리고 이곳의 버거는 충분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다. 부드러운 빵과 싱싱한 채소, 그리고 무엇보다 육즙이 풍부한 패티는 충분한 맛을 끌어내고 있었다. 우리는 먹으면서 연신 맛있다며 감탄했다. 가게 안에 손님이 없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아있는데 이번에는 여자 사장님께서 “입가심으로 이것 좀 드세요.”라며 접시에 귤을 담아 가져다주셨다.


그 뒤로 여자친구와 나는 며칠 동안 그 햄버거 가게 얘기를 했다.


“참 맛있었어 그치?”

“다음에 가면 난 이번엔 치킨 버거 먹을 거야.”

“난 이번에도 파인애플 버거 먹을 거야.”

“그럼 우리 내일 또 갈까?”


우리는 결국 방문한 지 며칠 만에 그 햄버거 가게를 또 찾아갔다. 이번에는 우리 외에도 한 테이블의 손님이 더 있었고 배달 주문도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운영하는 가게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전보다 장사가 잘되고 있는 듯한 모습에 기분이 좋았다.


자리에 앉은 우리는 미리 협의했던 대로 메뉴를 주문했고 이번에도 너무 맛있게 버거를 즐겼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저번에 나왔던 고구마칩이 이번에는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식사 전에 주시기에 항상 나오는 기본 서비스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주시지 않는 걸 보니 그날만 특별히 만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런 아쉬움도 잠시, 식사를 마치자 여자 사장님께서 작은 접시에 “이것 좀 만들었는데 드셔보세요.”라며 또 무언갈 주셨다. ‘저번에 주셨던 것처럼 귤을 주시나’?라고 생각을 하며 접시를 받았다. 그런데 그 접시 안에는 귤은 귤인데 좀 특별한 귤이 들어있었다.


“귤로 만든 정과예요. 쌉싸름하고 달달한 게 먹을만할 거예요.”


여자 사장님의 설명대로 쌉싸름하고 달달했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귤정과였다. 귤정과를 수제버거 가게에서 처음 먹어보게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의외의 디저트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지금 그 가게에 다녀온 지 며칠이 지났지만 여자친구와 나는 “이번주에 한번 더 갈까?”라며 벌써 재방문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내가 운영하는 가게도, 아는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도 아닌데 자꾸 나는 이 햄버거 가게를 응원하게 된다. 당연하다. 이만큼 맛있으니까, 그리고 이만큼 친절하니까 이 햄버거 가게가 잘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우리 동네에 이 햄버거 가게가 오래오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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