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짧은 에세이
내가 처음 남자친구를 사귀어본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나는 연애가 무엇인지 몰랐고 사랑은 더더욱 몰랐다. 배웠다면 만화책으로나 드라마로만 봤다고 해야 할까. 더구나 나의 부모님은 보수적이었고 부모님과의 불화도 심했기에 남자친구가 있다는 이야기도 숨겼었다. 사랑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된 건 나이가 서른이 넘어서였다. 삶에 대해 여러 가지 고민들을 던져보면서 그동안 내 삶의 경험들과 배움을 통해 나름의 정의를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는 찰나에 어린 아들이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말해왔다. 초등학교 3학년인, 내가 느끼기에 어린 아들은 첫 여자친구와 헤어지고는 또 금세 두 번째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말했다. 연애를 하니 마니에 대한 이야기보다 사랑에 대해서 말해줘야겠다고 느꼈다. 아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사랑은 그 사람을 빛나게 해주는 거야, 물론 그렇다고 너를 희생하면서 까지는 아니고, 서로 빛내주어야지. 그 사람이 더 멋진 사람이 되도록 돕는 게 사랑이야. 아껴주고 존중해 주어야 해"라고.
내가 연애를 할 때에는 누구도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어른이 주변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들이 "우리 엄마가 사랑은 서로를 빛나도록 돕는 거라고 했어."라고 기억했으면 좋겠다. 스스로의 정의를 내리기까지는 내가 물려주는 신념을 보조바퀴 삼아 철학적 탐구를 해나가길 바란다. 내 아이들이 좀 더 큰다면 "엄마는 그렇게 배웠는데 혹시 사랑에 대해서 더 멋진 정의를 너희가 살면서 배우게 된다면 엄마에게도 가르쳐줘" 라고 말할 것이다.
내가 물려준 가치관을 그대로 따르는 게 아니라 더 멋진 자신만의 신념을 찾아 사는 아이들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