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빛, 깊은 맛
안동의 골목은 오래된 시간처럼 좁고 깊다. 특히 구시장 골목에 들어서면 공기는 금세 달라진다. 간장과 마늘, 은은한 불향이 뒤섞인 김이 천천히 피어오르고 그 속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는 낮고 따뜻해진다. 이곳의 음식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오래 남는다. 그릇 하나에 담긴 것은 닭이 아니라 골목의 기억이다.
안동 찜닭은 검은빛에 가깝다. 간장이 깊게 스며든 색, 그 위에 윤기가 은은하게 흐른다. 뚜껑을 여는 순간 후욱하고 올라오는 김, 그 안에 담긴 향은 짭조름하면서도 달큰하다. 닭고기를 집어 올리면 야들야들 하지만 쉽게 풀어지지 않는 결이 느껴진다. 입에 넣으면 먼저 짭짤, 곧이어 달큰, 그리고 마지막에 은근한 매운맛이 알싸하게 스친다. 당면은 후루룩, 양념을 머금은 채 미끄러지듯 넘어가고 감자는 포슬포슬 부서지며 양념의 깊이를 더한다. 이 음식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한 입, 또 한 입 계속해서 이어지는 리듬을 가진다.
안동 찜닭은 익숙한 재료로 이루어진다. 닭, 간장, 마늘, 양파, 감자, 당근, 청양고추 그리고 당면이다. 하지만 비율과 순서가 다르다. 간장은 단순히 짠맛이 아니라 전체를 묶는 중심이다. 마늘은 향을 올리고 고추는 끝맛을 정리한다. 특히 당면은 이 음식의 숨은 주인이다. 양념을 가장 깊게 머금어 한 입 안에 모든 맛을 압축해 낸다.
안동 찜닭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음식이다. 1980년대 안동 구시장의 닭골목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값싸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던 사람들 그리고 시장 상인들의 손맛이 만나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 간장 양념에 닭을 조리고 당면을 넣어 양을 늘린 방식은 단순하지만 영리했다. 그래서 이 음식에는 시장의 온기가 남아 있다. 누군가를 배부르게 하려는 마음 그리고 함께 나누려는 의도가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안동 찜닭은 혼자 먹기엔 조금 많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누군가와 나누게 된다. 한 냄비를 가운데 두고 각자의 젓가락이 오가며 대화가 이어진다. 과정에서 음식은 관계가 된다. 짙은 양념처럼 사람 사이의 시간도 그렇게 스며든다. 안동의 찜닭은 말한다. 맛은 혼자 완성되지 않는다.
함께일 때 더 깊어진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