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식감
칠암의 바다는 소박하다. 큰 파도 대신 잔잔한 물결이 반복되고 위에서 하루의 생계가 조용히 오간다. 이곳에서 건져 올린 것은 화려하게 변하지 않는다. 가장 단순한 형태로 바다의 결을 그대로 전한다. 아나고다.
아나고회는 부드럽기만 한 회가 아니다. 오히려 오독오독 씹는 순간 살아 있는 식감이 먼저 전해진다. 뼈째 썬 세꼬시 방식은 아삭하면서도 쫀득쫀득 한 질감을 동시에 만든다. 살은 담백하고 기름지지 않으며 깔끔하게 떨어진다. 초장에 살짝 찍으면 새콤달콤, 깻잎이나 상추에 싸 먹으면 향긋한 풀내음이 더해진다. 이 음식은 자극적이지 않다. 대신 씹을수록 더 또렷해진다.
아나고회는 붕장어 한 가지가 중심이다. 신선함이 전부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특별한 양념 없이 재료 자체의 상태가 맛을 결정한다. 그래서 이 음식은 조리보다 선택이 중요하다. 곁들임은 최소한이다.
초장, 채소 그리고 약간의 마늘이다.
칠암항은 기장 지역의 작은 어항이지만 신선한 해산물로 잘 알려져 있다. 아나고 역시 이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어종 중 하나다. 아침이면 배들이 들어오고 그날 잡은 생선들이 바로 식탁으로 이어진다. 거리감이 짧을수록 맛은 더 선명해진다. 그래서 이 음식에는 지금이 담겨 있다.
막 잡은 순간의 신선함, 시간의 짧은 간격이다.
아나고회는 꾸미지 않는다. 그래서 더 솔직하다. 씹는 순간 느껴지는 결, 담백한 맛 그리고 깔끔한 끝. 모든 것은 재료가 가진 그대로의 힘이다. 이 음식은 말한다. 덜어낼수록 더 또렷해진다.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깊을 수 있다. 칠암의 아나고회는 그렇게 남는다. 담백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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