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대게

살 속에 담긴 바다

by 은파랑


영덕의 바다는 겨울에 가장 선명해진다. 차가운 물결은 깊이를 드러내고 속에서 단단히 여문 것이 올라온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붉은 껍질을 가진 존재다. 겨울의 시간을 품고 올라온 이름, 대게다.

대게는 단순히 크지 않다. 그 안에 담긴 맛이 깊다. 다리를 꺾어 살을 꺼내면 탱글 하게 차오른 속살이 드러난다. 한 입 베어 물면 부드르르, 이어서 달큰한 바다의 단맛이 퍼진다. 씹을수록 촉촉, 결은 섬세하게 풀리고 짠맛은 강하지 않게 뒤를 받친다.
게딱지에 밥을 비비면 고소하게 또 다른 풍미가 이어진다. 이 맛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깊고 길다.

영덕 대게의 핵심은 단순하다. 대게 그리고 바닷물이 전부다. 대게는 찌는 방식으로 조리된다.
불필요한 양념 없이 자체의 맛을 가장 잘 살리는 방법이다. 차가운 동해에서 자란 대게는 살이 단단하고 단맛이 강하다. 안에는 바다의 시간이 그대로 담겨 있다.

영덕은 대게로 유명한 대표적인 지역이다. 특히 겨울철이 되면 항구와 시장은 활기를 띤다. 배에서 막 내려온 대게들이 줄지어 놓이고 사람들은 가장 좋은 것을 고른다. 풍경은 계절을 맞이하는 하나의 의식 같다. 이 음식은 기다림에서 시작된다.
가장 좋은 순간을 기다렸다가 그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영덕 대게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시간과 계절을 맞춰야만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더 특별하다. 그리고 더 깊게 기억된다. 이 음식은 말한다. 좋은 것은 기다릴 가치가 있다. 그리고 기다림이 결국 맛을 완성한다. 영덕의 대게는 그렇게 남는다. 차갑게 시작해 따뜻하게 끝나는 기억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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