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으로 씻어내는 맛
청도의 봄은 물에서 시작된다. 땅보다 먼저 젖어 있는 밭, 그 위를 흐르는 얕은 물길 사이로 초록빛줄기들이 조용히 올라온다. 미나리는 물을 먹고 자란다. 그래서인지 맛은 맑고 향은 가볍지 않다. 이곳의 음식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몸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미나리는 입보다 코로 먼저 온다. 한 줄기를 집어 들면 향긋한 향이 먼저 스친다. 입에 넣으면 아삭 그리고 산뜻하게 퍼지는 맛이 입안을 정리한다. 기름진 음식과 함께 먹으면 확 하고 느끼함을 씻어내고 생으로 먹으면 맑게 남는다. 특히 삼겹살과 함께 구우면 미나리는 부드르르하게 변하면서도 특유의 향은 잃지 않는다. 향이 전체의 균형을 다시 잡는다.
청도 미나리는 깨끗한 물에서 자란다. 흐르는 물속에서 키워지기 때문에 줄기는 연하고 향은 더 또렷하다. 이 채소는 특별한 양념이 필요 없다. 자체로 이미 완성된 맛을 가지고 있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몸을 가볍게 하고 속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
청도는 예로부터 미나리 재배로 유명한 지역이다. 맑은 물과 온화한 기후가 이 작물을 키우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농부들은 물의 흐름을 조절하며 자연 그대로의 방식으로 미나리를 키운다. 과정은 단순하지만 꾸준함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채소에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미나리는 강하지 않다. 하지만 역할은 분명하다. 무거운 것을 덜어내고 흐름을 다시 만들며 입안과 몸을 한 번 더 정리해 준다. 이 음식은 말한다. 채우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청도의 미나리는 그렇게 남는다. 맑게 그리고 가볍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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