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가
떨
어
지
는
날
은
양극의 계절
누구라도 잠재울 것 같은 포근한 빗소리에
공허와 안도가 맞물린다
진정제와 연기가 뒤엉킨다
생각을 뱉으면 뱉을수록 쌓여만 간다
누구의 감정을 바라는 것인지도 모를
아랫배의 묵직한 압
빗방울은 한없이 쓸려내려 가는데
나는 눈처럼 내 위에 내가 쌓여만 간다
불안이 스스로 커져가서
나, 이대로 세상에서 작아진다
비가 온다
빗소리는 시원하고
담뱃불은 뜨겁다
비는 피하면서
물이 되고 싶은
풍족하고 빈곤한 양극의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