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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Feb 07. 2024

예비 중학생의 비밀스러운 취미생활

산딸기 무스케이크를 만들어봅시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각자의 새해 목표를 적어보기로 했어요.

엄마인 저의 목표는

엄마의 위시리스트

1. 한달에 책 5권씩 완독하기
(읽는 책은 많지만 적어도 다섯 권만은 완독하는 게 목표)
2. 살빼기(목표 몸무게는 비밀이지만요!)
3. 양평까지 자전거로 가기
4. 한 달에 한 번 등산하기


작은 아이는 오로지 애정중인 줄넘기로만 꽉꽉 채웠습니다.

두 개는 그래도 늘 지적받던 태도 개선을 목표로 채웠네요.

(작은 아이는 늘 맘 먹은 건 바로바로 해내는 스타일이라 이미 저 목표를 목표로 잡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지적 한 번 안당하고도 스스로 태도 개선에 성공하고 있답니다.


ㅇㅇ이(둘째)의 위시리스트

1. 양발모아뛰기 500개
(이미 목표 달성한 것 같은데--;;)
2. 이중뛰기 100개
3. 줄넘기 어찌고 저찌고....
.....
10.  집에 오자마자 씻기
(만약 못 씻으면 8시 반에 씻기)
11. 잠자기 전 양치는 10시 반에.
(그럼 그전까지는 양치를 안하겠다는 말이더냐!)

큰 아이의 목표는 잘 모르겠네요.

자기 방에만 걸어놓겠다 해서 그러라 했거든요.

(저는 아이의 방을 분리시켜준 이후로 웬만하면 아이 방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들어가면 심란해질텐데...

엄마의 마음 건강도 중요하잖아요^^;)


두 가지 분명한 건 본인 목표에


1. 산딸기무스케이크 직접 만들기
2. 양평까지 자전거 타고 가기

가 포함되어있다는 것 정도네요.


연말 내내 산딸기무스케이크 만들자는 얘기를 졸졸 따라다니며 하기에 내년으로 미뤘더니,

떡 하니 목표로 써두고 부모에게 압박을 가하기 시작합니다.

(혼자 만들 수는 있겠지만, 라즈베리가 필요하다보니 온라인 주문이 가능한 엄마 손을 통해야 하거든요.)


결국 한 달 내내 시달리다 라즈베리를 구입해서 만들게 되었다지요.


처음 작품은 남편이 아이 둘을 데리고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첫 케이크 시트를 만들다보니 실수가 좀 있어서 시트에서 폭망. 결국 거의 버려야 했답니다.


라즈베리퓨레와 무스까지는 성공했는데 다소 아쉬운 결과였어요.


그러다가 남편이 회사 출근한 주말.

심심했던 아이의 제안으로 다시 도전해보기로 했는데요.


아빠표 레시피의 특징이 정확한 계량과 정확한 레시피 따르기라면,

엄마표의 특징은 적당한 계량과 내 맘대로 아몰랑 레시피라는 겁니다.


극과 극 레시피라 큰 아이는 혼란스러워했지만,

엄마는 일단 해보자며 시트를 만들기로 합니다.

아이가 밀가루를 부을 기세이기에 서둘러 에라 모르겠다 30년 전에 고모집에서 먹어봤던 스폰지케이크의 기억을 되살려 핫케이크가루로 대충 구워버렸.


라즈베리로 퓨레를 만들어놓으면 그 다음은 큰 아이 차례입니다.

생크림을 믹서기로 돌려서 적당한 머랭을 만들고, 설탕과 퓨레, 젤라틴 등을 넣어서 라즈베리 무스를 만들어줍니다.

빵틀에 시트를 넣고 무스를 올린다음 라즈베리퓨레에 젤라틴을 녹여 진득한 젤리형태로 만들어 식은 무스 위에 올린 후 3시간 이상 냉장고에서 굳혀주면 완성이에요.


여기에 라즈베리 혹은 산딸기를 케이크 위에 장식처럼 올려주면 완벽한 한스 케이크표 산딸기무스케이크(정확히는 라즈베리무스케이크)가 재현될 수도 있죠.(아이의 목표는 한스케이크표 무스케이크를 집에서 만드는 것이니까요!)

라즈베리무스케이크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사먹는 편리함에 비해서는 꽤나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모두의 수고로움으로 아이의 위시리스트 하나가 실현되었네요.
아이가 모처럼 학교에 간 오전 시간, 엄마는 책 한 권 펴들고 무스케이크 한 조각에 커피 타임을 즐깁니다.  달콤새콤한 케이크에 마음까지 절로 여유로워지는 오전 시간이네요.^^

베이킹을 한 번도 배워본 적은 없으니

당연히 야매표임이 분명하 한데 말이죠.

그래도 한스케이크에서 사 먹는 것 이상으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새콤달콤한 맛이네요.


비주얼도 이정도면 그럴듯 하구요. 하하.


회사에서 돌아온 아빠와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케이크 한 조각씩 디저트로 먹으니 참으로 즐겁습니다.

  만한 행복이 또 있을까.


오늘도 평화로운 하루가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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