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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Feb 28. 2024

예비중학생이 쓰는 자기소개서

예비중학생이 그냥 중학생으로 바뀔 날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초등기의 며칠 남지 않은 봄방학.

마침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둘째 아이까지 집돌이에 합류하고 나니 에미는 그야말로 전투 모드에 돌입했지요.


학교 갈 날이 며칠 남지 않으니 이것 저것 신경쓸 게 많아집니다.

입학지원금 신청에 자유학기 프로그램 신청,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체험카드 신청,  그리고 여전히 늦게 자는 습관 교정하기까지....

휴...건망증도 있고, 기록도 안해서 늘 까먹는 에미라지만, 나름 긴장했는지 그래도 무사히 다 신청했네요.


예비 중딩이지만, 터울 나는 동생이 있다보니, 해야 할 공부는 까먹고 놀러다니기는 합니다.

날씨가 안좋은 요즘이라 자전거 라이딩은 어렵지만, 그래도 주말엔 회사 연수원( 휴직자에게도 열려있어 정말 다행입니다.)으로 여행도 다녀오고, 모처럼 과학관을 데려갔더니 좋아하기에 일주일 새 두 번이나 다녀오기도 했지요. 서점도 가구요.


오늘도 과학관에 갔다가 마감시간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운전대를 잡으면서도 아이들이 차안에서 자버리면 또 잠잘 시간이 늦어버릴까봐 대화거리를 쥐어짜려고 머리를 뒤적거리던 차, 갑자기 아이가 예비소집 때 받아온 자소서 양식이 생각납니다.


"아들, 자소서 써야지!"

"조금 쓰긴 했는데... 가족 특징을 쓰라는데 뭘 써야될지 모르겠어."

그러자 옆에서 꾸벅꾸벅 졸기 직전이었던 둘째가 눈을 반짝이며 외칩니다.

"나는 '미!' 써줘"


그 외침에 큰 아이는 어이없다는 헛웃음을 날리며 대꾸하네요.

"너는 텐션이 너무 높아. ㅇㅇ이는 텐션이 높음. 이라고 써야겠어."


그 말에 저도 질세라 한 마디 날립니다.

"그럼 이렇게 쓰면 되지. 엄마는 인자하심. 아빠는 성실하심. 동생은 귀요미."


옆에서 작은 아이는 "엄마 인자가 뭐에요? 성실은 뭐에요?" 라며 질문세례를 퍼붓고, 그 옆에선 어이없음을 두 배 장착한 큰 아이.


"아냐. 엄마는 8년째 휴직중(엥?), 아빠는....음. 이따 아빠한테 물어볼거고, ㅇㅇ이(동생)는 텐션 지나치게 높음."이라고 쓸거야."


헐.....


할말을 잃은 에미에게 큰 아이가 큭큭 웃으며 다시 말을 꺼냅니다.

"엄마 아빠와의 친밀도를 상, 중, 하로 표시하라는데 이것도 난감해.  집에 가서 부루마불 하면 상으로 쓰고, 안 해주면 그냥 중으로 쓸거야."


"음? 뭐야. 이거야 말로 쉬운 거 아냐? 당연히 상이지! 흠흠....

(흑심 가득)부루마불은 됐고, 상이든 중이든 일단 쓰고 엄마한테 검사맡아. 알았지?"


어이없는 에미의 요청에 모두가 까르르깔깔 웃으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이의 자소서에는 엄마 아빠가 어떤 사람으로 남겨질까요?


3년 전이었으면 고민 안하고 '하'였을텐데, 아이가 고민한다는 건, 중으로 쓰자니 아닌 것 같고, 상으로 쓰자니 낯간지러워서이지 않을까요?


그냥 철 없는 에미의 생각입니다.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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