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는 매운맛 ‘마라탕’이 떴고, 최근에는 단맛의 ‘당후룩’이 떴다. ‘트렌드코리아 2016’은 2015년 소비 흐름의 분석에서 “일시적 불황에는 매운맛, 장기 불황에는 단맛이 뜬다.”라고 했다. 8월 경제지표는 서비스업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예측치를 현저하게 밑돌고 있다. 지난 두 달 연속 예측치를 크게 밑돈 경제지표는 그 폭이 더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부진의 강도가 심화하는데도 대통령은 매달 순방을 떠난다. 이태원 참사, 잼버리 논쟁, 채 상병 사망사건 등 책임지는 국무위원은 없고 총리는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에서 탄핵당했다.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는 것이 정치다. 8월 29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국무위원을 정무직 정치인으로 규정하며 “싸우라” 주문했고 국무위원은 점잖음을, 야당은 호칭을 버렸다. 이후 야당 대표의 단식을 법무부 장관은 ‘자해, 잡범’ 운운하며 병원 이송에 “앞으로 잡범들도 이렇게 하지 않겠나”라고 비아냥댄다. 대통령실은 “누가 단식하라고 했냐?”라는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한다.
말은 누군가는 하고 누군가는 매일 듣는다. 내공 있는 사람이라면 소통과 설득, 화합을 이끌 수 있는 언어를 구사하지만 부족하면 인격 무시, 비아냥, 거짓 소문, 험담과 욕설로 듣는 사람에게 상처가 되고 받아들인다면 언어폭력이다. 거친 말, 아픈 말 등은 전전두엽(감정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대뇌 피질)에 충격을 주고, 받는 순간 폭력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뇌과학자들은 “가해자나 피해자가 같은 결과를 나타내고 뇌량이 손상되어 어휘력과 사회성 등에 문제를 일으켜 쉽게 불안해지고 우울증이 온다”라고 했다.
지난 6일 오전 8시 20분 서울시 지하철 2호선 출근길, 사람들로 빼곡한 객차 안에서 검정 후드 티 입은 남자가 사람을 밀치고 빠르게 중앙 통로를 뛰어가자 승객들은 피한다. 치안 불안을 느끼지 못한 시절에는 눈 한번 흘기고 지나칠 일을 흉기 난동으로 착각한 것이다. 겁에 질린 승객들은 열차가 을지로4가역에 멈추자 열차에서 탈출하며 뒤엉켜 승차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먼저 뛰어나온 승객이 뒤에 나온 승객에 밀쳐 넘어져 이십여 명이 다쳤다. 경찰은 CCTV를 분석하여 십여 일만인 9월 18일 범인을 검거, 입건했다.
수사기관에서 피의자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이 자기 보호권과 증거인멸로, 화자(話者)가 모르게 몰래 듣는 것도 도청과 식별로 갈리는 것이 현실이다. 당정은 “가짜뉴스의 정의나 판별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을 내세워 가짜뉴스 프레임을 완성하고 있다. 언론기관의 보도는 정보나 소식이다, 내용 선별은 국가가 나설 일이 아닌 듣고 보는 사람이 판단할 일이다. 정부가 국민의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봤다면 규제의 양과 질, 비용과 이익, 단기와 장기 전략을 확실하게 구분하여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말의 품격의 저자 이기주는 “말(言)은 두(二) 번 생각한 다음 천천히 입을 열어야 비로소 말(言)이 된다.”라고 했다. 일상에서 전혀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물질(물, 소금, 설탕 등)도 한꺼번에 많이 노출되면 큰 문제를 일으킨다. 반면에 사용법을 잘 이해하고 사용하면 강한 독성을 지닌 화학물질도 몸에 이롭다. 정치인의 품격은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 것인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이고, 정당의 부(富)는 보유한 권한이 아닌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의 양이다. 선택받은 권력으로 세상을 뒤틀면 크게 경(庚)을 친다.
2023년 10월 4일 새전북신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