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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구 Oct 18. 2023

48. 등산은 길이 끝난대서 시작된다.

새만금 잼버리 대회는 국책사업으로 진행된 국제행사다. 개영지인 새만금은 박근혜 정부에서 결정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유치하여 윤석열 정부에서 개최했다. 2022년 10월 25일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은 김현숙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장관에게 폭염, 폭우, 먼지, 해충 방역, 편의시설 등에 대하여 질의했다. 장관은 차질 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답했고, 이후 조직위는 주무 부처(여가부)에 관련 예산 93억 원을 요청했다. 대부분은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중에 뭉개졌다. 개영식 후 온열 증상자가 속출한 뒤에서야 대통령의 말씀에 정부는 일사천리로 움직여 100억 원가량의 긴급 예산지원이 있었다. 2018년 12월 18일 공포된 특별법에 따르면 “자금 차입, 공무원 파견, 준비와 운영 등을 위한 예산집행”은 여가부 장관이 승인하고, 국무총리에게 보고하게 되어 있다.     


여가부 장관은 잼버리 기간 현장을 지키라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지시에도 행사장에서 벗어나 국립공원 숙소에서 묵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은주 의원(정의당)은 “김 장관 혼자 묵은 것으로 알려진 국립공원공단 변산반도 생태 탐방원에 조직위 관계자도 대거 묵은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했다. 현실이 이런데 총리는 일본 언론도 ‘30년 숙제 시작’. ‘30년 도박 시작’이라며 염려하는 오염수 방류를, 정부를 믿으라고 설득한다. 대통령은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하고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예비비 800억 원을 추가 편성한다고 한다.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사람이 장관 자리에 있다. 대장동 문건을 고속도로에서 주었다는 원희룡은 국토부 장관이 되어 양평 고속도로 혼선을 야기하고 8월 24일에는 총선지원을 하겠다고 보수단체 강연한다. 국방부도 문제다.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보고서가 해병대사령관, 해군 참모총장, 국방부 장관까지 자필 사인한 문건을 뒤집었다. 사건과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희생양을 아래에서 찾는다. 과실치사가 항명으로 이슈화됐다. 리더십의 기본은 책임은 위에서 지는 것이고 상은 아래로 내려주는 것이다. 경제부처 장관은 로드맵이 흐릿하다.     


정무직 공무원은 정무적인 책임을 지는 자리이지 사법적인 판단을 구하면서 임기를 늘려가는 자리가 아니다.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지지 않고 뻔뻔스럽게 돌아다니는 모습은 저 아래까지 내려간다. 윤석열 정부의 기조는 압수수색을 통한 엄격한 법 적용과 처벌이다. 두려워하고 책임회피의 우려가 현실로 되고 있다. 의욕을 갖고 일하려고 하면 두려움이 솟는다. 공무원들은 인허가 관련해서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처벌 위주는 기강 확립에는 도움이 되나 성공한 사례가 없다. 일하지 않으면 책임이 없다. 그래서 위정자는 속이 상해도 참고 소통하며 협조를 구하는 것이다.     


정책 결정과 집행은 다르다. 8월 25일 국회 여가위 전체 회의에서 장관의 국회 도피극은 난감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줬다. 장관은 일을 만들고 집행하고 책임지는 자리다. 국민이 신뢰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일 처리 과정에서 사회적 파장이 일어나면 잘잘못을 떠나 책임 안고 임용권자에게 사의를 표하는 것이다. 폐막 18일이 지난 30일 오전에야 사의가 아닌 사과를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장관이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다.     


새만금은 정치의 영역이 아닌 행정의 영역이다. 믿음직한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잘못을 해석의 영역으로 넘기니 수많은 변명과 궤변이 동원된다. 사과하지 않는다 해서 잘못이 업적이 되지 않는다. 지금 이 시각 윤석열 대통령이 그토록 부르짖는 공정과 상식을 구체적으로 보고 싶어 하는 것이 국민의 진실한 마음이라는 것을 반듯이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2023년 9월 6일 새전북신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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